(출처-조선일보 2015.11.20 진주현 미 국방부 DPAA 연구원·인류학 박사)
어린 시절 독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시간은 질문과 대답,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선생님의 분수 덧셈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아 독일에서 하던 대로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모른 척했고 아이들은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나를 못 봤나 싶어 "질문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때 선생님의 호통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해가 안 가면 창피한 줄 알고 가만히 있어야지 어디 큰 소리로 질문을 해!"
그렇게 무안을 당한 뒤 대학을 마칠 때까지 나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지도교수가 나를 부르더니 왜 수업 시간에 질문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지도교수가 나를 부르더니 왜 수업 시간에 질문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질문을 안 한다는 것은 수업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엄청난 양의 영어 교재와 밤새 씨름하며 공부하던 난 참 억울했다.
'수학 시간' 사건 이후 모르는 게 생기면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책을 찾아보곤 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시험에 안 나오겠지' 하며 덮어버렸다.
미국에서도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졸지에 공부 안 하는 학생이 돼버린 것이다.
교수님은 내게 미국 학생들은 질문을 하면서 배운다고 했다.
교수님은 내게 미국 학생들은 질문을 하면서 배운다고 했다.
질문하고 토론하다 보면 몰랐던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될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 질문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교수님은 내게 수업 시간마다 무조건 질문 한 개씩 하라고 했다.
십여 년간 붙어 있던 입이 쉽게 떨어질 리 없었다.
행여 바보 같은 질문을 하면 어쩌나 싶어 그럴싸해 보이는 질문을 만드느라 머리를 쥐어짰다 .
그게 버거워서 어느 날부터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정말 모르는 걸 묻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점차 적응이 되었고 어느덧 나도 질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모르는 게 생기면 먼저 찾아본 뒤 묻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단순한 질의응답을 통해 깨치게 되는 것도 많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분위기가 한국 학교에도 뿌리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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