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27 진주현 미 국방부 DPAA 연구원·인류학 박사)

물건을 챙겨 헐레벌떡 현장으로 뛰어갔다. 다친 병사의 표정이 괜찮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의 훈련'이란다. 평소 안전 훈련을 받아본 적 없던 나는 여기서 훈련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간호장교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응급처치 도구를 꺼내 머리에 붕대를 감았다. 정글에 고립돼 있으니 헬기를 부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연락병이 할 일인데, 다친 병사가 연락병이었다. 누가 대신 어디다 연락을 해야 하는지 몰라 또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병사를 들것에 싣고 헬기 착륙 지점까지 올라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들것을 들었는데 경사가 심해 자칫하다 넘어지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른쪽 앞에 있는 사람 구령에 맞추되 힘이 들면 교대하면서 겨우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헬기가 오지 않은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실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모두 함께 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일사일언] 베트남 정글 속 모의훈련](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1/27/2015112700027_1.jpg)
발굴 작업만으로도 힘든데 이렇게까지 모의 훈련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치면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면 되지 않을까.
만약 그랬다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확실히 제대로 연습했더니 응급 상황 단단히 대비할 수 있었다.
사고가 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도 많이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에 대비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초기 대응을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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