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12.08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74번 환자(71)는 5월 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아내(73번 환자) 간병하러 갔다가 감염됐다. 메르스 후유증(폐 기능 저하)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65번(79) 환자도 근력을 되살리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더 가슴 아픈 사람은 마지막 메르스 환자인 80번 환자(35)다. 그는 완치 판정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골수이식 수술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숨졌다. 메르스가 이 젊은 치과의사의 꿈을 앗아갔다. 그의 부인(36)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모른 채,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모른 채 살고 있다”며 충격에 빠져 있다. 세 살배기 아들은 “아빠는 왜 이제 잠만 자 왜 공원에서 자”라고 묻는다. 추모공원 납골당을 공원이라고 표현하는 게다. 이 아이가 철이 들 때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감염자가 사라졌다고 메르스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 됐을까. 7월 말 정부의 ‘사실상 종식 선언’ 이후에도 90명의 의심 환자가 중동에서 들어와 병원 격리실 신세를 졌다. 두 명은 입원 중이다. 올 들어 에볼라 의심 환자도 5명 발생했다. 메르스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곁을 잠시 떠나 있을 뿐. 메르스 감염자는 치료비, 사망자는 치료비와 장례비, 격리자는 격리 기간 생계비가 나온다. 감염자나 사망자의 소득 상실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망자 38명의 유족 중 주 소득원 상실로 생활고를 겪는 경우도 있을 텐데도 그렇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환자와 유가족에게 마음의 위로라도 보내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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