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자아의 원천들_찰스 테일러 지음 외

바람아님 2015. 12. 20. 08:04

(출처-조선일보  2015.12.19)


릴케를 읽으면 안다… 

세계는 內面에 있음을


'자아의 원천들'



자아의 원천들 | 찰스 테일러 지음 | 권기돈·하주영 옮김 | 
새물결 | 1064쪽 | 6만5000원

시인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곳에도, 사랑하는 사람이여, 세계는 없다, 내면(內面)에 있지 않다면." 
캐나다 출신의 저명 사상가인 저자는 말한다. 
"릴케를 읽게 되면 우리는 세계에 대해 한 발 더 나아간 '내면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것은 주목하고, 신중하게 조사하며, 거기 있는 것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현대 철학이라  면 해체(解體)나 전복(顚覆) 같은 것만 미덕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양철학사 전체를 재해석한 이 책은 도덕의 혼란에 빠진 현대 한복판에서 
'도덕 철학과 형이상학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내면성'  '일상적 삶에 대한 긍정'  '개성'  '자연의 목소리'  '섬세한 언어'라는 
다섯 가지가 현대에도 여전히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외장형 두뇌가 '책장'…

사회인은 3개 필요하다


'책장의 정석'


책장의 정석ㅣ나루케 마코토 지음ㅣ최미혜 옮김ㅣ

비전코리아ㅣ256쪽ㅣ1만4900원


책장은 그 사람의 외장형 두뇌다. 

책의 형태로 뇌를 스쳐 간 정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저장하는 곳이 책장이다.


사회인이라면 책장을 3개는 가져야 한다. 

앞으로 읽을 책을 두는 신선한 책장, 다 읽은 책을 효율적으로 꽂아 두는 메인 책장, 

사전처럼 생각날 때 참조하고 싶은 책을 쌓아 두는 타워 책장. 

거기엔 승부수가 될 책만 꽂는다. 내가 '기획자'가 되는 셈이다. 

'허세'라  비웃음을 받아도 좋다. 

책장에 넣을 책과 넣지 않을 책을 명확히 구분하되 

신선함이 생명인 과학, 역사, 경제 같은 논픽션 책을 우선 넣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 죽 꽂아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거에만 머물고 미래로 나아가지 않으면 현재는 죽은 세포의 껍데기에 뒤덮여 질식한다. 

남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러면 남들은 잘 모르는 양서를 찾아내 계속 읽자.


前서울지검장이 묻다 

"검찰의 존재 의의란?"


'누구를 위한 검사(檢事)인가'


누구를 위한 검사(檢事)인가|서영제 지음|

채륜서|600쪽|2만9000원


2003년 검찰은 굿모닝시티 쇼핑몰 분양 사기 사건을 수사하며 여당 대표였던 정대철 

전 의원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정권 실세였던 정 전 의원이 소환조차 응하지 않자,

수사를 지휘하던 서영제 당시 서울지검장이 꾀를 냈다. 

A4 용지 다섯 장 분량의 공개 소환장을 작성해 소환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기점으로 여론이 검찰로 기울었고, 정 전 의원도 결국 수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권에서 마지막 서울지검장과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던 서영제 변호사가 

검찰 재직 당시 관여한 수사를 되짚는 회고록을 냈다. 

장영자의 구권화폐 사기 사건부터 삼성그룹의 편법 증여 사건까지 굵직한 사건 이면의 

비사(秘史)와 당시 저자의 고뇌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활극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지만, 덮고 나면 검찰의 존재 의의에 관해 사색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