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2015-01-23
히에로니무스 보슈, <바보치료-어리석은 돌을 제거하다>(1475~1480) 캔버스에 유채, 48×35㎝, 프라도 미술관
중세 말은 잦은 천재지변과 전염병, 전쟁, 반란 등 세기말적인 징후가 가득한 시기였다. 이 시기를 통과한 보슈는 세상은 진정한 안식처가 아니라 험난한 순례를 거쳐야만 하는 죄악이 가득한 곳이라고 여겼다. 당시 수도원이 증가하고 성직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그들의 타락 또한 극심해졌다. 보슈는 타락한 수도생활을 풍자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풍요로운 여름, 수도사로 보이는 외과의사가 의자에 묶인 남자의 머리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다. 우둔, 광기, 허영의 뿌리인 돌을 제거하는 수술이란다. 바깥 글씨는 “선생, 돌을 빼주시오! 나는 루베르트 다스라고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루베르트는 네덜란드 문학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한다. 당시 네덜란드 소설에서는 머리에서 어리석음의 돌을 제거하는 엉터리 치료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수도사와 수녀는 이 외과 수술을 방관, 묵인하고 있는데, 이는 타락을 암시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머리에서 꺼낸 것! 그것은 돌이 아니라 꽃, 튤립이다. 탁자 위에도 튤립이 놓여 있다. 16세기, 튤립은 네덜란드어로 어리석고 아둔하다는 의미였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을 표현했던 우의화의 주된 소재가 튤립이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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