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2015-01-09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하나님의 어린양(Lamb of God), 1635~1640년
그렇다면 희생제의에서 왜 양인가? 아마도 동물 중에 가장 인간적인 것이 채택되었을 것이다. 죽여서는 안되는 순하디 순한 동물을 바쳐야 그런 살해행위가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게 된다. 순진무구한 처녀나 흠 없는 어린아이를 희생제물로 바쳤던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17세기 ‘에스파냐의 카라바조’라고 불렸던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은 허식 없는 리얼리즘과 검소한 구도로 정밀하고 엄숙한 신비로움이 흐르는 작품을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주로 명상에 잠겨 있는 성직자, 수사, 수도원에서의 생활을 소재로 삼아 종교성 짙은 작품을 남겼다. 어떤 컨텍스트도 생략한 채 그저 발이 묶여 단 위에 올려져 있는 희생양은 강한 명함 대비와 더불어 신비롭고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그림이야말로 폭력이 성스러움으로 전이되는 순간이 아닌가.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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