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를 관찰하며 그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같은 종류로 보일 만큼 비슷하게 생겼어도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름도 너무 예쁜 다육이들. 일곱 가지 복을 준다는 칠복수, 청옥, 성을녀, 희성미인, 정야, 명월 등.
내가 키우는 다육이는 흔하게 많이 키우는 것들인데, 나는 잎장이 짧고 탱글탱글한 것이 마치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오동통한 아가의 손등 같은 다육이가 좋다. 가을에 단풍 들듯 잎끝에 살짝 붉은물이 들면 그 모양이 더욱 매력적인데 물기를 머금고 있는 다육이는 정말 꽃보다 더 아름답다. 안 쓰는 용기에 심어도 다육이의 붉고 푸른색이 인테리어 효과까지 내준다. 병충해에 강하고 추위 속에서도 잘 견디는 것을 보면 면역력도 대단한 것 같다. 웃자라는 일이 없도록 조금만 관심을 써주면 좋은 형태를 유지하며 쉽게 잘 키울 수 있어 좋다.
우리 집 화분 속 아이들 중에 가장 키가 작은 아이들이지만 번식력은 가장 좋다. 잘못 다루어 줄기를 부러뜨리거나 저절로 잎이 떨어져도 부러지고 떨어진 그 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다시 뿌리를 내려 싹이 난다. 작고 여린 것이 부러지고 떨어진 지금 이 자리가 새롭게 다시 출발할 자리라고 여기며 생을 향해 정진하는 것만 같다. 나 살아냈다고, 다시 일어났다고. 부러지면 시들어 죽는 것과 달리 부러진 몸으로 다시 새로운 몸을 이루어내는 것이 다육이의 신통함이다.
고요하고 평온한 삶에 폭풍이 몰아쳐 휘청이고 넘어져 부러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그때 다육이처럼 있는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노력하며 제 길을 끝까지 걸어가고 살아내는 것이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세원(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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