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아들이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몸값을 치르고 빼내 올 수도 없었고, 내가 대신 갈 수도 없었다. 잠깐만, 대신 간다고? 그 순간 나는 고민했다. 아무리 엄마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결코 군대에 대신 가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부대’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괴이한 불편함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닌 게 아니라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도 ‘자신의 딸이나 어머니가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해야 한다는 의견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다른 건 모두 논외로 치고, 어쨌든 ‘자기 자신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착취당했다면’이라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엄마부대’ ‘어버이연합’이라는 이름들을 볼 때마다 지금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리송해진다. 짚더미에 엎드려 자고 곰의 쓸개를 맛보며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는 무협지 속으로 들어온 건가? 전쟁통에 남편을 잃어 떡함지를 이고 다니며 홀로 육남매를 키우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건가? 대표성도 없이 함부로 그런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단체들이 존재할 수 있고, 그런 이름이 겨냥하는 정서가 받아들여지는 사회 속에서 엄마로, 어버이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다.
자식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단지 사랑하기 위해 고양이나 개도 키우는데, 자식을 키우는 게 대단한 희생이나 헌신일 수는 없다. 엄마나 어버이는 빚쟁이가 아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할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부희령(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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