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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과 비핵화-평화협정 논의 병행으로 전환? 당국자 "비핵화 초점 변한 적 없어"/[사설]북-미 평화협정 논의, 한미공조 위험 신호 아닌가

바람아님 2016. 2. 23. 00:12
[중앙일보] 입력 2016.02.22 10:58

일부 언론에서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초점은 비핵화다. 이런 한·미의 입장은 일관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대응하고 있으며, 비핵화가 초점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 등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1월6일을 며칠 앞두고 북·미 간에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 논의를 진행하기로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협정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취해왔으나 이런 전제조건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 논의에서 핵무기 개발 문제를 다루자고 하자 북한이 거부하고 곧 핵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전 정부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간에 공감대를 만들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노력했다. 북한이 의미있는 비핵화의 의지, 구체적 신호를 보여주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단 것이 5자간 공감대였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를 여러 차례 북한에 제의했다. 대화의 형태도 북·미, 남·북, 다른 소다자, 6자 등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이때 이미 사실상 비핵화 조치가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란 점을 북한에 전했으며, 이날 보도된 북·미 간 논의 추진도 이처럼 5자가 북한에 던진 대화 제의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같은 제안에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억지를 부렸다고 한다. 이에 5자는 “비핵화가 초점이지, 그런 대화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결국 대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도 단순히 직전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 추진이 어그러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린 핵보유국의 길을 갈테니 인정하라’는 식의 행보였단 게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의 해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나온 보도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전 이야기다. 우리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북한은 거부하고 핵실험을 감행했다”며 “지금 시점에선 대화보다는 강력하고 실효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설]북-미 평화협정 논의, 한미공조 위험 신호 아닌가

동아일보 2016.02.23. 03:08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며칠 전인 작년 말 북-미 간 평화협정에 대해 비밀리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해야 6·25전쟁을 공식 종식하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기존의 전제조건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포함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며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먼저 논의를 제안한 것은 북한”이라고 밝혀 보도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17일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협상’을 제의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일축했지만 미국이 이미 뒤로는 북한에 동시 협상을 제안했다는 것은 중대한 입장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가 어제 왕 부장의 23∼25일 방미를 발표하며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체제 전환 논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심상치 않다. 어제 한국 외교부가 “한미는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에서도 비핵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힌 해명이 공허해 보일 정도다.


비공식적 논의라지만 북-미 간 논의가 오갔다는 것도 몰랐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정부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감도 잡지 못했다면 더 위험하다. 일각에선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등 중국 경사 외교의 후폭풍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美中)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나라’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자랑만 믿고 있다가 중국에 뺨맞은 데 이어 미국에도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한반도 평화협정이란 북한이 1974년 미국 의회에 “남조선에 있는 외국 군대는 일체 무기를 가지고 철거해야 한다”며 조-미(朝-美)평화협정을 제안한 이래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이다.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쓰면서 북한이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 자격으로 협상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협정으로 보장한다는 데 무엇이 문제냐며 국내서도 동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평화협정의 핵심은 유엔사 해체와 북-미 수교다. 북의 주장대로 평화협정을 먼저, 또는 비핵화와 동시에 체결한다면 한국은 북핵을 그대로 머리에 인 채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에 대한 강한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물샐틈없는 한미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협의하는 마당에 정부는 미국에 긴밀한 대북 공조를 요구해야 마땅하다. 안보 위기도 위기지만 외교당국의 위기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