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특파원 리포트] 유럽 기성 정치권의 몰락, '강 건너 불' 아니다

바람아님 2016. 3. 29. 11:08

(출처-조선닷컴 2016.03.29 장일현 런던특파원)


장일현 런던특파원 사진스페인은 지난해 12월 총선을 치렀지만 아직 새 총리를 뽑지 못했다. 
국왕 펠리페 6세가 최근 주요 정당 원내총무를 불러 빠른 시일 내에 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지만 
각 정당 이해관계가 달라 협상 전망은 어둡다. 최악의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할지 모른다.

스페인은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리고 30년간 중도우파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이 
정권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에서 기성 정치권은 스페인 국민의 표를 자기들끼리 나눠 먹지 
못했다. 전체 하원 의석 350석 중 국민당은 지난 2011년 선거 때보다 무려 63석이 줄어든 123석을 얻는 
데 그쳤고 사회노동당도 90석에 머물렀다. 스페인 양당 체제는 붕괴했다.

특이한 것은 주류 정치권 몰락이 우파와 좌파 진영 모두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좌파 쪽에선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가 창당 2년 만에 69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고, 
우파 쪽에서도 중도우파인 시우다다노스('시민들'이라는 뜻)가 40석을 얻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일랜드의 지난달 총선 결과도 이례적이었다. 아일랜드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후 재기에 성공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4년 5.2%, 작년엔 중국보다 높은 7%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올 3월 현재 8.6%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엔다 케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일아일랜드당은 하원 158석 중 5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야당인 공화당 의석도 44석에 불과했다. 
집권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노동당은 30석이나 줄어든 7석으로 주저앉아 존립을 위협받게 됐다. 
좌파인 신페인당만 9석이 늘어난 23석으로 선전했다.

아일랜드 역시 1930년대부터 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았다. 
그러니 이번 선거 결과는 두 정당에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두 정당이 힘을 합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일랜드에서도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존 정치의 틀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의 움직임은 유럽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이달 중순 지방의회 선거에서 3개 주(州) 중 2곳에서 완패했다. 
유력 정당인 사회민주당도 정치 기반이 상당히 무너졌다. 대신 극우정당이 약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독일 사회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유럽 주류 정당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은 나라마다 다르다. 
스페인은 집권층의 부패 문제가 심각했고, 아일랜드에선 계속된 긴축 정책을 국민이 외면했다. 
독일에선 정부가 난민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유럽이 주는 메시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유럽 유권자들이 더는 주류 정치권에 '묻지 마'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이 흐름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요즘 공천권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걸 보면 우리 정치권은 국민을 묻지마 투표기계라고 무시하거나 
세상 변화에 무지하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경우든 호된 값을 치를 날이 올 것이다. 유권자는 오래 참지 않는다.




 블로그 내 "정당의 몰락 관련 글 읽기"

     [태평로] 파티는 끝났다

     [박두식 칼럼] 政黨은 어떻게 몰락하나

     [서평]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