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25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前 총리)
정(政)도 치(治)도 사라진 여의도
국민의 의지는 안중에 없고 권력자 깃발만 휘날려
전제군주 정조가 말하기를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아"
민주주의 시대, 작금의 정치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있나
이보다 더한 뒤죽박죽이 또 있을까?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정(政)도 치(治)도 사라진 '여의도'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한·미 FTA 반대가 당론이었던 당이 이를 주도했던 사람을 인재라며 영입했다.
야당의 정책위 의장이었던 사람은 아무 거리낌 없이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배를 갈아탔다.
상대 당이 내친 후보를 데려와 자당의 후보로 삼는 '이삭 줍기'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거기에 부끄러움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정당은 정책과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고 국민이 선택함으로써 정권을 잡는 것은 정당정치의 근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는 정당의 뿌리와 정책의 차별성이 무너지고 이 당 저 당 넘나드는 유랑정치(流浪政治)가 넘쳐난다.
극심한 가치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 이를 두고 '정당 간의 통섭'이란다.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다.
당헌·당규에 엄연히 있는 공직 후보 선출 방식은 '권력자' 마음대로 해석 가능한 '기호'가 되었다.
당헌·당규에 엄연히 있는 공직 후보 선출 방식은 '권력자' 마음대로 해석 가능한 '기호'가 되었다.
'정무적 판단' '전략적 선택'이라는 이름은 전지전능한 칼이다.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도 눈 밖에 난 미운털은 가차없다.
그 자리는 당연한 듯 내 사람을 심는다.
더 큰 문제는 정당정치가 언론을 통해 선정적인 정치 게임으로 각색되면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당정치가 언론을 통해 선정적인 정치 게임으로 각색되면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희대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사이에 재벌의 권력화나 언론, 종교, 관료 집단 등의 배타적 지배 구조의 문제가
공론의 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사상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야 정당들이
너도나도 '우클릭'하는 현실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특권 카르텔이 더욱 강고해질 것이라는 진단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여기서 1920~30년대 미국 공화당 국회의원이었던 피오렐로 라가디아(La Guardi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1920~30년대 미국 공화당 국회의원이었던 피오렐로 라가디아(La Guardi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의 라가디아 공항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보수적인 공화당 주류에 맞서 진보적인 법안들을 발의했다.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라가디아가 주장했던 내용은 훗날 뉴딜 법안의 기초가 됐다.
그가 발의한 법안은 "자연(自然)이 주는 부(富)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그는 정당의 굴레와 권위의 벽을 깨뜨리면서 다수의 행복을 위한 길을 걸어온 실용주의 정치인이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그를 미국 유권자들은 지지했다.
그런 라가디아를 "말을 듣지 않는다"고 공화당 주류가 내칠 수는 없었다.
민주공화국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국가다.
민주공화국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국가다.
공공선을 만들어 가는 데 바탕이 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존중, 협동, 합의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자본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정치는 신뢰와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 의지는 안중에 없고 권력자의 깃발만 휘날린다.
정치가 앞장서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꼴이다.
전제군주 시대의 임금인 조선의 정조도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성이 아니면 임금이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그래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백성은 먹을 것이 아니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한다.
진실로 나의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하늘을 중히 여긴다면
백록(百祿·많은 복)을 떠맡고 하늘에 천명(天命)이 영원하기를 비는 것이 이에 기초할 것이다."
국민 주권을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과연 정치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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