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에 달하는 드넓은 토지. 황량한 들판이었던 경북 경주 '월성(月城)' 일대에서 점차 옛 왕궁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변 성벽의 윤곽이 드러나고, 관청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발견되는 등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물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30일 찾은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경북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현장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2014년 12월 시굴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발굴조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이다.
이날 찾은 발굴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0여 점의 벼루가 한꺼번에 출토돼 관청으로 추정되고 있는 건물지였다. 동서 51m, 남북 50.7m 정사각형 모양의 이 건물지에서는 길이 36m(정면 16칸, 측면 2칸) 규모의 대형 건물 등 총 14동의 건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소는 이 건물지에서 50여 점의 흙으로 만든 벼루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문서를 작성하는 중심 공간이 있는 곳, 즉 관청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벼루가 많기 때문에 이 건물에서는 문서 행정을 다루는 행위들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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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황룡사에서 14개, 분황사에서 14개, 계림에서 11개의 벼루가 한꺼번에 나온 적은 있었지만, 50여 개가 하나의 구역에서 한꺼번에 발견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발굴 현장에 진열된 벼루 조각들은 주로 다리 부분이었으며, 도깨비 혹은 해치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 건물지에서는 이전에 다른 곳에서 출토된 사례가 없는 용도 불명의 '특수 기와'도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보통은 기와면에 곡면이 있으면 보통 앞쪽에 막새를 다는데, 이 기와는 곡면 옆쪽에 막새를 달고 있어 그 용도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관은 "이런 형태의 기와는 처음 나온 것이라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지구에서 발굴된 '의봉사년(儀鳳四年·서기 679년) 개토(皆土)' '전인(典人)' 등 11종류의 문자가 적힌 토기도 볼 수 있었다. 발견된 문자 가운데 '전인'은 궁궐 부속관청인 와기전(기와·그릇 생산 담당)에 소속된 실무자를 의미하며, '동궁(東宮)'은 태자가 거처하는 궁궐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성이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궁성 역할을 했던 만큼, 시대별 유적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C 지구 2곳을 시굴 조사한 결과 인위적인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 해발 52.3m 이하부터 유물이 나오지 않는 해발 54.63m까지의 2.3m 구간 내에서 총 9개의 시대가 다른 토층이 있었다.
유물이 없는 기반층 바로 위에 있는 '수혈유구 조성층'에서는 최고 4세기의 수혈유구가 발견됐으며,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5~8세기 통일신라 유구까지의 유물이 확인됐다.
심영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전 지역에 걸쳐 토층별로 시대가 다른 유물들이 묻혀있기 때문에 어느 시대까지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발굴 과정을 공개하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일단 올해는 월성을 둘러싸고 있는 흙으로 된 성벽과 성벽 외곽을 둘러 조성된 방어용 시설인 '해자(垓子)'를 정비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이 지역이 외관상 월성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외형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심 소장은 "올해는 성벽과 해자 등 외연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이 지역이 '월성'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비 복원할 계획"이라며 "그 이후에 내부 유물을 조사해나갈 것이며 그 작업은 20~3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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