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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넘은 한니발의 진격로 풀렸다…실마리는 말 배설물?

바람아님 2016. 4. 7. 00:31
[중앙일보] 입력 2016.04.06 11:43

2200년 전 역사의 수수께끼가 풀릴까.

기원전 218년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침공했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의 진격로는 오랜 역사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알프스 산맥에 처음 철도가 놓인 게 19세기 말인 것을 감안하면 인류의 역사에서 알프스 정복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3만명의 군인과 1만5000마리의 말, 코끼리 부대까지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은 한니발의 이동경로는 고대사의 최대 논쟁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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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는 한니발의 상상도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영국 퀸스대 세계식량안보생물학연구소가 베일에 싸였던 한니발의 로마 원정경로를 규명해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의 생물학자 크리스 앨런 교수는 블로그에 “수수께끼를 푼 것은 현대의 과학기술과 고대 말의 배설물”이라고 썼다.

연구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지대인 알프스산맥 콜 드 트라베르세트 지역의 퇴적층을 분석한 결과, 말과 노새의 배설물 흔적이 많이 발견됐고 인위적으로 지형이 변화한 흔적을 찾아냈다. 프랑스 남부 그레노블에서 이탈리아 북부로 연결되는 이 경로는 암석으로 이뤄진 험준한 산악지대다.

연구팀은 이 곳에서 화석화된 말과 노새의 배설물을 찾아내 탄소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약 2200년 전의 것임을 밝혀냈다. 역사서에 기록된 한니발의 로마 원정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다.

한니발은 불과 15일 만에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불가사의에 가까운 빠른 진군의 비밀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경로에서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만년설 위에 길을 낸 흔적도 찾아냈다. 1m 깊이의 진흙 퇴적층에선 다양한 꽃가루의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것이 지형이 인위적으로 변한 증거라고 봤다.

이번 연구가 한니발 원정로의 수수께끼 해결에 한 걸음 다가선 건 사실이지만 아직 충분치는 않다. 앨런 교수는 “퇴적층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에 대한 분석과 고대 동물의 비교연구를 좀 더 수행하면 좀 더 과학적인 뒷받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캐나다·프랑스·아일랜드·에스토니아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논문은 고고표본연대측정학 저널에 실렸다.

▶퀸즈대 연구팀이 밝혀낸 한니발의 원정로 보러가기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