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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인성 이야기] 평범하던 내 삶, 소중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람아님 2016. 4. 6. 08:27

(출처-조선일보  2016.04.06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김진락 조선소리봄인성연구소 소장)

책임감(責任感)

정원사가 돌본 마법 장미의 모습을 상상해 비슷하게 찍은 사진이에요.

 정원사가 돌본 마법 장미의 모습을 

상상해 비슷하게 찍은 사진이에요. 

이 이야기의 의미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자기 삶과 직업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것이랍니다. 

/통천 제공


옛날 어느 왕궁에 마법의 장미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언젠가 장미꽃이 피는 날, 그 주인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신비로운 나무였죠.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꽃은 피지 않았어요. 
내로라하는 정원사들이 꽃을 피워보겠다고 나섰지만 줄줄이 실패하고 말았죠. 
그런 어느 날 웬 젊은이가 꽃을 피워보겠다고 나섰어요. 젊은이는 나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돌보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마치 아기를 보살피듯 지극정성으로 나무를 키웠죠. 
하지만 나뭇가지에는 꽃망울조차 맺히지 못했어요. 
왕은 너무도 실망한 나머지 장미 나무에 대한 애착을 조금씩 거두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젊은이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무를 돌보았어요. 
왕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기대를 거두어가던 어느 날, 마침내 장미 나무에서 빨간 장미꽃이 피어났어요. 
왕은 이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크게 기뻐했죠.

하지만 웬일인지 세월이 흐를수록 왕은 점점 늙어갔어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은 거짓이었을까?" 왕은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궁정 정원을 바라보았어요. 
장미 나무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 있었죠. 
그 옆에는 한결같은 표정으로 나무를 돌보고 있는 젊은 정원사가 있었어요. 
노인이 된 왕과는 달리 정원사는 처음 장미 꽃이 폈을 때와 똑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죠. 
그제야 왕은 장미가 젊음을 선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어요. 
"마법 장미는 자신을 책임지고 소중하게 보살핀 사람에게 젊음을 선물했구나. 
난 장미를 실제로 보살피지 않았으니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겠지."

장미 나무를 돌보는 이야기에서 혹시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연상되지 않나요? 
어린 왕자도 자기 별에 사는 장미꽃을 위해 매일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었고, 때때로 유리덮개로 바람도 막아주는 등 
정성을 기울였지요.

그런 어린 왕자에게 지구에서 만난 여우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네가 장미꽃에 쏟은 시간 때문이야.(중략)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해." 
여기서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 관계를 맺고 점점 소중한 사이가 된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되면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죠. 
결국 어린 왕자처럼 장미 나무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진 젊은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었던 셈이에요.

반대로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장미 나무의 혜택만을 누리고자 했던 왕은 결코 장미의 주인이 될 수 없었죠.

책임감은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가치예요.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역할과 임무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뜻이니까요.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간에도 제각각의 책임이 뒤따르죠. 또 직업과 신분에 따른 책임도 있어요.

하지만 누구나 자기 몫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에 충실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마음껏 누리기 바쁜 모습도 종종 보이지요. 
하지만 자신이 맡은 임무와 역할에 온 마음을 다 쏟아붓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삶·직업·위치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비록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평생 장인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빛나는 가치를 남기지요. 
마치 장미 나무를 진심으로 돌보고 가꾸었던 젊은이처럼 말이에요.

언제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주위에는 모든 것이 생기를 가지고 의미 있게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평범한 것들도 소중한 사람, 소중한 꿈, 소중한 물건, 소중한 관계로 변화하지요. 
결국 책임이란 우리 모두의 삶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