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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홍색 귀족

바람아님 2016. 4. 10. 11:19

(출처-조선일보 2016.04.09 강인선 논설위원)

2012년 보시라이 충칭(重慶)시 서기 스캔들이 중국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중국 8대 원로에 드는 보이보 전 부총리 아들이다. 아내 구카이라이는 항일전쟁 영웅 구징성 장군의 딸이다. 
남편은 최고 지도부 진입이 약속된 엘리트였고 아내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내가 내연남인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하고 보시라이가 은폐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락했다. 
보시라이는 10억달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내연남은 프랑스에 있는 구카이라이의 700만유로, 90억원짜리 별장을 관리했다. 
별장을 사고 관리해준 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돼 있는 회사라는 게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드러났다. 이 문건엔 각국 전·현직 정상 12명을 비롯해 21만여 고객의 해외 재산 도피, 
탈세 정황을 담은 자료가 있다. 
중국이 가장 많아 무려 2만명에 이른다.
[만물상] 홍색 귀족
▶뉴욕타임스가 그제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중국 전·현직 상무위원들이 자녀나 손자손녀를 동원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매형부터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셋을 소유하고 있다. 
당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은 며느리가 유령회사 이사이자 주주였다. 
서열 7위 장가오리 상무위원의 사위도 유령회사 셋을 갖고 있다. 
외신들은 '홍색 귀족(Red nobility)'이 권력을 등에 업고 재산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했다. 
공산당을 의미하는 홍색에 특권층을 뜻하는 귀족을 합친 말이다.

▶중국 권력층의 해외 재산 도피 논란엔 늘 천문학적인 액수가 등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몇 년 전 낡은 운동화와 점퍼로 '서민 총리' 행보를 했던 원자바오 전 총리 일가 재산이 27억달러, 
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 일가의 재산도 4000억원쯤이라고 했다. 
덩샤오핑부터 왕전까지 마오쩌둥을 도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8대 원로의 자손들은 막강한 중국 국영기업들을 
맡고 있다고 한다.

덩샤오핑은 고위층 자식들에게 "권력과 돈 가운데 하나만 택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둘 다 거머쥔 채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뤄관(裸官)'이라는 말이 있다. 기러기 아빠 비슷한 호칭으로 가족뿐 아니라 재산을 해외에 둔 관리를 가리킨다. 
여차하면 중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이다. 파나마 문건의 길고 긴 중국인 명단엔 힘과 부(富)를 누리면서도 불안해하는 
중국 엘리트들의 심리가 배 있다. 
그간 시진핑이 밀어붙인 반부패 운동은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다.



<< 게시자 추가 정보 >>

노멘클라투라([러]nomenklatura) - <정치> 사회주의 국가의 특권 계층.


소련 시절의 특권 계급으로 속칭 공산귀족이라고 불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련을 좀먹은 자들. 소련에만 있지는 않았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동유럽 전반에 만연했다.


처음에는 '소련 공산당 소속의 고급 간부'를 뜻했으나, 브레즈네프 이후 '소련 사회에서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특권계층'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일단 권력을 쥐고 있으니 돈과 명예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이들은 브레즈네프 때부터 계획경제의 고유 속성인 부족의 경제(shortage economy)에 의해 초래된 사치품이나 

비생필품을 충당하기 위해서 생긴 제2의 경제(second economy)를 독단적으로 운영했으며 

(물론 소련 헌법상으로는 불법이였다) 이를 통해서도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되었다.


소련 후기에 접어들면 사회를 좀먹는 자들로 전락하게 된다. 

마지막 집권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이들 노멘클라투라 집단을 제거하여 

사회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으나... 소련은 망했다.


이들이 끼친 최대의 폐혜는 공산주의의 이상 자체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사실 스탈린주의로 인해서 이미 이상은 손상되었지만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경제적 평등이라는 의미 자체가 

무너졌던 것이다. 물론 소련이나 동유럽의 빈부격차는 서방세계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편이였지만 

체제 자체가 평등을 주장하는 공산주의에서는 현실의 빈부격차에(그것이 서방세계보다 더 평등했어도) 

이상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종래에는 체제 자체를 버리게 된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대부분의 노멘클라투라들은 자신들의 자본과 정보력을 이용해서 옐친의 급진개혁에 편승했다. 

모순되게도 그들은 자본주의자로 변신하여 올리가르히(과두재벌)가 되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그들에 의한 폐해가 심각하다. 괜히 극과 극은 통한다는 것이 아니다.


소련은 아니지만 중국에도 노멘클라투라가 있으며, 

사실상 공산주의를 포기한 나라이긴 하지만 북한의 고위층 및 간부들도 넓게는 노멘클라투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경우는 사실상 김정일, 김정은 이후부터는 사실상 극좌가 아니라서 공산주의식 귀족보다는 

사회주의식 체제 흉내내는 광신적 민족주의 독재의 귀족들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알맞을 듯하다. 

중국 역시 사실상 자본귀족에 가까운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