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15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뉴욕 특파원 시절 일이다.
사택이 있던 뉴저지주 클로스터 도서관에는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가 책을 읽어주면 특수 훈련을 받은 개가 가만히 배를 깔고 들어준다.
개에게 서로 그림책을 읽어주겠다고 신청하는 바람에 경쟁률이 여간 높지 않았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개가 책을 읽는 것을 도와준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아이들의 독서를 돕기
위한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책 읽기를 사랑하게 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길러진다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 가정에선 아빠 엄마가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릴 때 독서가 뇌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들은 아빠 품에 안겨 유장하게 흐르는 말을 들으며 감각과 언어, 개념을 익힌다.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 준 아이는 언어 이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도 풍부해진다고 한다.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동화를 많이 읽어 준 아이들은 개인사를 이야기할 때도 책에 나오는
특별한 문어체 언어와 길고 복잡한 문장을 많이 쓴다"고 소개했다.
외국에 나가면 비행기 안에서 e북을 포함한 다양한 책을 펼쳐 들고, 휴양지에선 벤치에 누워 독서삼매경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른들은 10명 중 3~4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학생들도 교과서와 참고서를 들여다볼 뿐, 10명 중 4명은 공부 이외 목적으로는 책을 잡지 않는다.
중3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세계 1등을 놓고 다투지만,
대학 입학과 동시에 역량이 떨어지기 시작해 55세 때에는 OECD 꼴찌권으로 추락한다.
스스로 책에서 재미와 정보, 지혜를 구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책 읽기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책 읽기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선거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지만, '알파고 쇼크'는 다시 더 큰 충격으로 찾아올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소설을 쓴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직관, 상상력 혹은 감정까지도 결국 알고리즘으로 환원될지 모른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책을 읽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해 만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의 무기는 상상력과 창의성인데, 책을 읽을 때 이쪽 뇌가 발달한다고 한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도 밤에는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암기 위주 교육과 평균적이고 규격화된 인재만 양산하는 우리 사회 풍토에서 책 읽기는 위험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지 모른다.
'읽기 혁명'은 한국 사회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어젠다이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떨어져도 책을 읽은 학생은 성공의 사다리를 밟는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늘 밤 당장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자.
만약 아이가 다 자랐다면
어려운 가정 아이들을 찾아 꾸준히 책을 읽어주는 것도 보람 있는 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는 뇌] 도서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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