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위인일까 궁금해한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사람이 아니다. 1953년 3월 미국과 중공군이 격전을 치른 연천군 ‘네바다전투’에서 홀로 보급기지와 최전방을 하루 51회나 왕복하며 탄약과 포탄 수백 톤을 실어나른 영웅마(馬) ‘레클리스’ 이야기다. ‘무모하다’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이런 용맹함 때문이다. 병사들은 행여 말이 다칠까 봐 방탄조끼까지 벗어줄 정도였다고 한다.
전쟁 영웅이 되기까지의 사연도 애틋하다. 레클리스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아침해’라는 이름으로 신설동 경마장을 달렸다. 하지만 두 살이 되던 무렵, 한국전이 터지면서 주인은 군대에 입대하고 레클리스는 마차를 끌다 미 해병대 장교에게 250달러에 팔렸다. 이후 수송마 역할을 맡아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보급기지에서 고지까지 탄약을 날라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정전협정 후 미국으로 건너가 1959년 하사 계급장을 받아 미국 최초로 말 부사관이 됐고 2013년 등에 탄약을 실은 채 언덕을 오르는 모습의 동상까지 제작됐다.
이 영웅 말의 동상이 경기도 연천에도 세워진다. 연천군은 엊그제 2017년 10월까지 112억원을 들여 장남면 고랑포리 4만6,521㎡에 레클리스의 활약상을 알리는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동상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상은 미국 레클리스기념사업회와 미해병의 집 협회가 모금을 통해 제작해 기증한다고 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고향 땅을 다시 밟는 ‘레클리스의 귀환’인 셈이다. 비록 동물이라도 끝까지 전쟁영웅을 기리려는 미국의 문화가 부러워진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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