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원숭이 오백 마리가 석가모니께서 자신들의 마을로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모든 원숭이가 부처님께 꽃을 바치려고 꽃을 구했다. 그러다 보니 꽃이 턱없이 모자랐다. 마을 원숭이들이 모두 모여 앉아 해결책을 의논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달 밝은 날 하늘에 뜬 달을 석가모니께 바치면 좋겠다는 의견을 한 원숭이가 내놓자 모두 기뻐하며 동의했다.
하지만 하늘의 달을 딸 방법이 없었다. 달을 딸 방법을 궁리하던 중 원숭이 한 마리가 호수의 달그림자를 보고 황급히 뛰어가 우두머리 원숭이에게 호수에 있는 달을 건져 석가모니께 바치자고 말했다. 모두 좋은 생각이라며 호수의 달을 건지기 위해 오백 마리 원숭이는 손에 손을 잡고 차례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달은 건지지도 못하고 모두 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들 원숭이가 사람으로 다시 환생하여 오백 나한이 되었다고 한다.
나한은 범어로 아르한(arhan)이라 하며 중국에서 아라한(阿羅漢)이라 하다가 ‘阿(아)’자를 빼고 나한이라고 했다. 아르한은 ‘가치 있는 사람’, ‘존경하기에 어울리는 사람’, ‘숭배할 만한 사람’ 등의 뜻이다. 한편 뜻으로는 ‘응공(應供), 응진(應眞), 살적(殺賊), 불생(不生), 무학(無學), 진인(眞人)’ 등으로 번역했다. 석가모니 이전의 인도에서는 고급관리의 존칭으로 또는 고행자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석가모니처럼 깨달은 사람을 ‘아르한’이라고 불렀다. 불교에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개인적으로 깨달음에 만족한 수행자’라는 뜻으로 사용될 때는 깨달은 후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살’과 구별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불법을 호지(護持·보호하여 가짐)할 것을 서원한 16제자를 16나한이라고 불렀으며 석가모니가 입멸한 뒤 석존의 가르침을 모으려고 모인 500제자를 500나한이라 높여 부르기도 한다. 특히 선종에서는 오백 나한을 정법 호지의 기원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또 법화경에서는 오백인의 아라한이 석존으로부터 곧 붓다가 될 것이라는 수기(예언)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한·중·일 삼국에서는 나한을 그림과 조각으로 만들어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백 나한의 얼굴을 모두 다르게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반드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는 속신이 있다. 그래서 죽은 부모나 아이의 얼굴을 찾기 위해서 오백 나한상 앞에 한없이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요즘에는 관광 상품이 되어 관광객들도 나한상 앞에서 아는 얼굴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절에서도 오백 나한전을 볼 수 있다. 오백 나한상은 모습이 모두 다르고 방향도 다르다. 이는 어쩌면 다양한 우리 삶의 모습을 오백 가지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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