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2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꽃넋 해마다 좋은 계절 윤회하듯 돌아오고 꽃 포기는 새로 돋아 옛 정신을 되살렸지. 그 어디서 번뇌의 뿌리가 돌아왔을까? 전생에 맺은 꽃 나라 인연을 아직 끝내지 못했네. 한(恨)은 몰래 두견새 울음에 스며들고 몸은 나비의 꿈속으로 변신해 들어갔네. 황혼녘에 돋아 오른 밝은 달빛 끌어당겨 인적 끊긴 정원에서 사진을 찍게 하네. | 花魂 歲歲煙光似轉輪(세세연광사전륜) 新叢記得舊精神(신총기득구정신) 漏根何處歸來些(누근하처귀래사) 香國前生未了因(향국전생미료인) 暗入杜鵑聲裏恨(암입두견성리한) 長成蝴蝶夢中身(장성호접몽중신) 分明句引黃昏月(분명구인황혼월) 庭院人空囑寫眞(정원인공촉사진) |
19세기 시인 하원(夏園) 정지윤(鄭芝潤·1808 ~1858)이 지었다.
봄철에 피고 지는 꽃의 운명에 시인의 마음이 흔들렸다.
꽃에 넋이 있고, 그 넋이 말을 한다면 하소연은 아마 이러하리라.
봄철마다 묵은 포기에서 정신을 다시 차린다.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 운명이라,
번뇌의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고 향기를 피워 전생의 인연을 이어간다.
한을 뱉어내려 해도 입이 없으니 두견새 울음에 몰래 실어 보내고,
몸이 있어도 바로 떨어지니 호접지몽(蝴蝶之夢)에서나 살아 있다.
가냘프고 불안한 꽃의 존재를 누가 가엽게 여길까?
인적 끊긴 정원 하늘 위로 달이 환히 떴다.
그 달빛 끌어와 사진을 찍어 달래야지.
바닥에 드리워진 꽃 그림자는 슬픈 꽃의 넋!
꽃 그림자가 꼭 시인의 그림자 같다.
<<각주 - 호접지몽(蝴蝶之夢) >> 장자(莊子)가 어느날 꿈을 꾸었다. 그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눈을 떠 보니, 자신은 틀림없이 인간(人間) 장주(莊周)가 아닌가. 그러나 이것이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주가 되어 있는 것인지, 그 어느쪽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장자(莊子)가 말했다. 「현실의 모습으로 얘기하자면 나와 나비 사이에는 확실히 구별(區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물(物)의 변화, 현상계(現象界)에 있어서의 한 때의 모습일 뿐이다.」
또 장자(莊子)는, 「천지(天地)는 나와 나란히 생기고, 만물은 나와 하나다.」 라고 말한다. 그와 같은 만물 일체의 절대 경지에서 말한다면, 장주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생(生)도 사(死)도 구별(區別)이 없다.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아(彼我)의 구별(區別)을 잊어버리는 것, 혹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蝴蝶之夢)이라 하고, 또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해서 쓰기도 한다. 줄여서 호접몽(胡蝶夢)이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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