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설왕설래] 가장 행복한 직업

바람아님 2016. 6. 14. 00:01
세계일보 2016.06.13. 20:47

멋진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하는 화가가 있었다. 그는 결혼을 앞둔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랑이에요. 사랑은 가난을 부유하게, 눈물마저 달콤하게 만들지요.” 화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목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믿음이지요. 하나님을 믿는 간절한 믿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화가는 병사에게도 물었다. “평화가 가장 아름답고, 전쟁이 가장 추하지요.”

저마다 대답이 달라 고심하던 화가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으면 정말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셋을 합친 풍경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몇 달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그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화가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황혼녘 집에 도착한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와, 아빠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아빠에게 뛰어와 안겼다. 아내도 반가운 미소로 남편을 맞았다.


곧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식탁에 올랐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던 화가에게 섬광처럼 스치는 풍경이 있었다. 아이들의 눈 속에 ‘믿음’이, 아내의 눈에 ‘사랑’이, 믿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가정에 ‘평화’가 있음을 보았다. 며칠 뒤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을 완성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정의 풍경이었다.


동화 속의 이야기를 실증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얼마 전 리버풀 빅토리아 보험사가 영국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직업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전업주부’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업주부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 중 87.2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행복도를 보인 직업은 마케팅·홍보업으로 53.8점에 그쳤다. 경찰은 59.4점, 영업직은 67.4점, 공무원은 70점이었다.


전업주부는 근무시간이 다른 직업보다 두 배나 길다. 울고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는 일은 어떤 감정노동자보다도 노동 강도가 세다. 그런 장시간 주야간 격무에서도 최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그것은 아마 가정에 사랑과 믿음과 평화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은 행복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그 공장의 CEO는 당연히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전업주부다.


행복감이 세계 꼴찌권을 맴도는 우리 사회가 행복감을 끌어올리려면 정답은 하나뿐이다. 행복 경영자인 주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행복공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동화 속의 화가처럼 제발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지 마라. 행복의 파랑새는 내 집 처마 밑에 살고 있으니까.


배연국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