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내아마을에 있는 윤 화백의 작업실은 며칠 전 화재로 전소되고 말았다. 자신의 열정과 정성을 쏟아부은 작품 70여 점도 몽땅 재로 변했다. 그런 재앙 속에서 밝은 표정을 잃지 않은 것은 재난을 대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윤 화백은 “내 잡념이 불과 함께 날아갔다. 다 털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이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믿고 있다.
윤 화백의 태도는 발명왕 에디슨의 정신을 쏙 빼닮았다. 에디슨 역시 실험실에 불이 나 필생의 역작이 모두 타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에디슨의 나이는 67세였다. 당시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령이다. 그러나 에디슨은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난도 쓸모가 없진 않아. 그동안 나의 모든 실수를 말끔히 태워버렸으니 말이야. 하느님,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3주 후 에디슨은 마침내 세계 최초로 축음기 발명에 성공했다.
아마 세상에서 실패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에디슨일 것이다. 그는 발명왕이기 이전에 최고의 ‘실패왕’이었다. 전구를 발명하는 과정에서도 2399번이나 실패했다. 평생 동안 실패한 횟수를 합치면 11만 번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에 네 번꼴로 실패를 한 셈이다. 그런 거듭된 실패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애쓴 덕분에 불멸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에디슨이 실패왕이 아니라 발명왕으로 인류에게 길이 기억되는 이유다.
실패를 바라보는 에디슨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2000번의 단계를 거쳐서 전구를 발명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위대한 업적치고 실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게 아니라 포기할 때 끝이 난다”는 어록을 남겼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다.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다.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 땅은 넘어진 것에 불평만 하는 사람에게 걸림돌에 불과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사람에겐 디딤돌이 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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