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하루키가 말하는 일본 교육의 문제점, 한국 교육은?

바람아님 2016. 6. 21. 00:04
[J플러스] 입력 2016.06.19 11:24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 8장 ‘학교에 대해서'는 일본의 학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를 한국의 학교 교육에 대입해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니, 어색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한국 교육을 보고 말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고등학교 중반쯤부터 영어 소설을 원문으로 읽었습니다. 딱히 영어가 특기였던 것은 아니지만 꼭 원어로 소설을 읽고 싶어서, 혹은 아직 일본서로 번역되지 않은 소설을 읽고 싶어서 고베항 근처 헌책방에서 영어 페이퍼백을 한 무더기에 얼마 라는 식으로 사다가 와작와작 난폭하게 읽어댔습니다.” 
 덕분에 아주 어려운 영어책도 쉽게 읽어낼 수 있게 됐지만 그의 영어 성적은 여전히 시원찮았다고 한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 고등학교에서의 영어 수업은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것, 그것을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다 라는 것에 교사도 학부모도 진짜로 일희일비합니다.”
 


입시 기술만 가르치는 영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 병리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그런 경향은 교육뿐 아니라 회사나 관료 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사회 시스템 자체에까지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수치 중시의 경직성, 기계적인 암기의 즉효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다음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한 하루키의 이야기다.  
 “시스템 안에서의 책임 부재이자 판단 능력의 결락 때문입니다. 타인의 아픔을 상정하는 일이 없는, 상상력을 상실한 잘못된 효율성 때문입니다. 경제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 잠재된 리스크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은폐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그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다에서, 안방에서, 거리에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서 대형 재난이 잇따라 발생했다. “타인의 아픔을 상정하는 일이 없는 상상력을 상실한 잘못된 효율성 때문”이라는 하루키의 말이 이 모든 사건 사고의 원인과 닿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의 모순은 그대로 사회 시스템의 모순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혹은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이제 그런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 둘 만한 여유가 없는 지점까지 와버렸습니다.” 
 한국 교육과 사회의 모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리고 그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 둘 만한 여유가 없는 지점까지 와버렸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