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27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살 연상의 언니이자 스승 같은 분이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환경 단체와 문화 학교를 운영하는 김유선(51)씨다.
20년 전 현장 학습 강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이분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로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는데, 엊그제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의 나이가 쉰을 넘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금천구에서 줄곧 자랐다. 결혼한 뒤에도 동네를 떠난 적이 없는 '금천구 토박이'다.
그는 금천구에서 줄곧 자랐다. 결혼한 뒤에도 동네를 떠난 적이 없는 '금천구 토박이'다.
2004년에는 '숲지기 강지기'라는 환경 단체를 만들었다. 금천구 주변의 산과 강에서 환경 조사와
생태 모니터링을 하고 생태 해설 활동도 한다. 그 뒤에는 '산아래 문화학교'라는 지역 학교도 세웠다.
800세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 터에서 골목길로 들어가면 오래된 이발소 곁에 그의 작은 학교가 있다.
이 동네에는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린 주민도 있고, 텃밭에 상추를 가꾸는 집도 적지 않다.
이 동네에는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린 주민도 있고, 텃밭에 상추를 가꾸는 집도 적지 않다.
여기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골목에 대한 기억도 소록소록 샘솟는다.
가끔은 '여기가 서울인가' 싶기도 하다. 마늘과 파를 다듬는 할머니들과 공원에 앉아 부채를 부치는 할아버지가 있는
이 마을에서 그는 주민들과 함께 손바느질과 희곡 읽기, 숲 체험 등 평생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김씨는 이 마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민들이 카메라를 들고 동네 곳곳의 모습을 찍는 '순정한 마을 프레임'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마을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자신을 '마을 기록자'라고 부르는 그의 꿈은 언젠가 '마을 문화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문화는 삶이자 놀이이며 훌륭한 교육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흔히 당연한 것은 기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글로 쓰거나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서울이라는 '거대한 마을'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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