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정리의궤' 佛서 발견… 시설물 그림마다 한글 설명 붙어 혜경궁 홍씨 위해 만들어진듯
옛 신풍루 문엔 삼태극, 현재는 이태극 -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정리의궤’에 들어 있는 수원 화성행궁‘신풍누도’(위쪽 사진). 흰색·검은색·초록색의 삼태극(三太極)이 정문에 그려져 있다. 아래 사진은 현재 신풍루 정문의 모습으로 빨간색과 파란색의 이태극(二太極)이 그려져 있다. /경인일보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BNF)에서 조선시대 정조가 만든 화성(華城)의 시설물을 그린 뒤 채색하고 한글 설명을 붙인 조선왕실 의궤가 발견됐다. 문화재찾기한민족네트워크 서상기 대표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준혁 한신대 교수 등이 최근 파리 현지에서 확인한 이 책은 구한말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를 역임한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한국에서 수집한 것으로 표지에 '정리의궤(整理儀軌) 39 성역도(城役圖)'라고 적혀 있다.
책에는 화성을 만든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1801년 간행)'의 첫 권에 수록된 시설물 그림들과 함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조가 1795년 윤2월 8일간의 화성 행차 때 동장대(東將臺)에서 실시했던 장용영 외영 군사들의 사열 모습을 담은 '동장대시열도(試閱圖)', 국왕의 임시 처소인 화성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와 객사(客舍)인 우화관 모습 등이 들어 있다.
이 고서는 한글로 기록된 '정리의궤' 중 한 권이다. '정리의궤'는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1797년 간행),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옮긴 과정을 담은 '현륭원원소도감의궤(顯隆園園所都監儀軌·1789년 간행), '화성성역의궤'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한글로 옮긴 것이다. 전체 48권으로 추정되며 이 중 24권은 역시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 국립파리동양언어학원에 기증했다. 국립파리동양언어학원 소장본은 한국에 알려져 일부 연구가 진행됐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는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만든 책으로 보이며 화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말해주는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