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16.07.10. 18:00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 여파로 한국의 제1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중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 정부에 무역보복전을 촉구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중국 관련 소비주를 중심으로 즉각 타격을 입었고 외환시장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상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치외교적 관계로 푸는 게 우선"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경제팀, 둔감하거나 배제됐거나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드 결정과 관련한 '5가지 대응조치 건의'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다시는 경제관계, 왕래를 하지 말고 중국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사드를 배치하는 한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설문에선 응답자 88.3%(1만444표)가 '제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전은 향후 중국 내 분위기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식적인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이뤄진 당일 오전 11시 직전에 끝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선 비공개 안건으로도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간 경제영향이나 대응방안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복수의 차관급 인사들과 기재부 담당국장들은 "별도 안건으로 논의되거나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일 사드 충격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화장품.카지노 등 중국 소비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시가총액이 3조원 넘게 증발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상하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원화가치가 하락,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보다 7.2원 오르며 1161.8원에 마감했다. 사드 배치 결정 당일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중 경제관계에 대해 머리를 맞대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적 파장에 대해 '안이했거나', 유일호 부총리를 필두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이번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돼' 의견을 내놓을 환경이 아니었던가 둘 중 하나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우리 언론들이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을 제기하는 통에 너무 앞질러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국 경제협력이 일련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역대 최상의 관계(시진핑 국가주석, 2015년 9월 한.중 정상회담)"로 칭해진 정치외교적 관계를 기반으로 최고의 시기를 구가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중은 지난해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위안화 표시 첫 국채 발행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 및 조기 재협상 △상하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삼계탕 등 한국 농식품 수출 등 수십년간 이뤄냈을 굵직한 경제협력을 단숨에 해치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로에 선 한.중 경제관계
현재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중국정부의 경제보복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 당일 오후 7시께 중국은 AIIB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몫으로, 현재 휴직 상태인 홍기택 부총재가 맡았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국장급으로 강등시키고, 국장급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프랑스에 배정하고 부총재로 격상시킨다고 발표했다. AIIB 지분 5위의 이사국인 한국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당일이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역대 최상의 관계"라며 내년 AIIB 연차총회지를 한국으로 선정하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던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직접적으로 무역보복 조치 대신 중국정부가 통관절차나 인허가들을 까다롭게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면서 수출전선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사드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정부가 한국기업의 삼원계 배터리 인증을 미루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향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중국정부가 언론 등에 어떤 특별한 지침을 내린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당장의 무역관계엔 영향이 나타날 것 같지 않으나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공들인 한-중 경제협력관계 '냉기류'
한국 몫 AIIB 부총재직 하루만에 국장급 강등
비관세장벽 강화 우려에 수출기업 '전전긍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 여파로 한국의 제1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중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은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막아야 한다며 중국 정부에 무역보복전을 촉구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중국 관련 소비주를 중심으로 즉각 타격을 입었고 외환시장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상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치외교적 관계로 푸는 게 우선"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경제팀, 둔감하거나 배제됐거나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드 결정과 관련한 '5가지 대응조치 건의'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다시는 경제관계, 왕래를 하지 말고 중국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사드를 배치하는 한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설문에선 응답자 88.3%(1만444표)가 '제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여론전은 향후 중국 내 분위기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식적인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이뤄진 당일 오전 11시 직전에 끝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선 비공개 안건으로도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간 경제영향이나 대응방안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복수의 차관급 인사들과 기재부 담당국장들은 "별도 안건으로 논의되거나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일 사드 충격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화장품.카지노 등 중국 소비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시가총액이 3조원 넘게 증발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상하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원화가치가 하락,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보다 7.2원 오르며 1161.8원에 마감했다. 사드 배치 결정 당일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중 경제관계에 대해 머리를 맞대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적 파장에 대해 '안이했거나', 유일호 부총리를 필두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이번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돼' 의견을 내놓을 환경이 아니었던가 둘 중 하나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우리 언론들이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을 제기하는 통에 너무 앞질러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국 경제협력이 일련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역대 최상의 관계(시진핑 국가주석, 2015년 9월 한.중 정상회담)"로 칭해진 정치외교적 관계를 기반으로 최고의 시기를 구가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중은 지난해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위안화 표시 첫 국채 발행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 및 조기 재협상 △상하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삼계탕 등 한국 농식품 수출 등 수십년간 이뤄냈을 굵직한 경제협력을 단숨에 해치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로에 선 한.중 경제관계
현재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중국정부의 경제보복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 당일 오후 7시께 중국은 AIIB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몫으로, 현재 휴직 상태인 홍기택 부총재가 맡았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국장급으로 강등시키고, 국장급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프랑스에 배정하고 부총재로 격상시킨다고 발표했다. AIIB 지분 5위의 이사국인 한국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당일이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역대 최상의 관계"라며 내년 AIIB 연차총회지를 한국으로 선정하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던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직접적으로 무역보복 조치 대신 중국정부가 통관절차나 인허가들을 까다롭게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면서 수출전선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사드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정부가 한국기업의 삼원계 배터리 인증을 미루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향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중국정부가 언론 등에 어떤 특별한 지침을 내린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당장의 무역관계엔 영향이 나타날 것 같지 않으나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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