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사설]일본이라는 나라의 체질 밑바닥부터 바뀌었다

바람아님 2016. 7. 12. 00:17
조선일보 : 2016.07.11 07:33

10일 열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개헌 추진 세력’이 개헌안 통과 기준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하원(下院)격인 중의원의 3분 2를 장악하고 있는 개헌파가 1946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평화헌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됐다.

아베 신조 현 총리는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개헌이라고 공개적으로 여러 번 말해왔다. 2012년 12월 두번째 집권을 한 뒤 한동안은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접근했다. 2년 전인 2014년 7월에는 미국과 함께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해석 변경’이라는 기묘한 방법까지 썼다. 전력(戰力)보유와 교전권 자체를 부인한 ‘헌법 9조’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우회수단을 쓸 필요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아베가 당장 개헌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 흐름이 뒤바뀌지 않는 한 최종 관문인 국민투표(과반 찬성)까지 끌고가기 어렵다. 이번 참의원 선거가 개헌이 아니라 경제상황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아베가 이번 선거를 통해 개헌추진을 용인받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틀과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2011년 3·11 대지진과 원전참사를 겪은 후 뚜렷한 우경화(右傾化) 과정을 걸어왔다. 2년 전 중의원 선거에서도 자민·공명 연립 여당이 압승을 거뒀고, 아베 총리는 당내 도전자 조차 없을 정도로 장기집권의 발판을 다졌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 자체를 부정하고 과거 인정했던 위안부 강제동원까지 교묘하게 부인했다. 집단자위권 행사는 일본이 ‘전쟁하는 나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무기를 수출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지원 아래 군비(軍備)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중이다. 이걸 아베 총리가 끌어왔고 일본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그를 밀어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했을 때 일본 국민들이 언제 개헌에 동의하는 상황이 올지 알 수 없다. 그 때가 되면 일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