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5.15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1929년 뉴욕 증시가 붕괴되면서 찾아온 미국 경제 대공황의 폭풍은 거셌다. 도로테아 랭(Dorothea Lange·1895~1965)의 사진 속 여인처럼 대도시는 물론이고 농촌 지역에 이르기까지 집을 잃고 먹을거리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기록한 이 작품은 사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이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그녀에게 세 아이는 운명처럼 주어진 벅찬 고단함이자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쭈그려 앉은 양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매달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살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녀의 하루하루는 더 가혹했겠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그녀는 반드시 살아남았을 것이다. 홀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운명에 순응하는 자의 허망함과 결연함이 함께 깃들어 있다.
당시 미국의 행정부는 경제 위기로 양산된 이주민 노동자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의 지휘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사진가들에게 의뢰했다. 도로테아 랭은 1935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14개 주를 돌며 1700마일에 달하는 여정을 소화해 냈다. 본래 꽤 인기 있는 인물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던 그녀는 이 일을 계기로 안락한 일터를 등지고 거리로 나아가 사회적 다큐멘터리에 집중하게 된다.
도로테아 랭 '이주민 노동자'… 니포모, 캘리포니아,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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