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엄두를 못 내던 연구도 과감히 지원한다. 우주의 비밀을 벗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암흑물질 등 장기간·초대형 장비가 필요한 연구인 ‘거대과학’(big science)을 주로 수행한다. 가격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전자투과현미경(TEM) 등 고가 장비도 연구에 필요하면 사들인다. ‘기초과학연구원식(式) 집단 연구’도 성과를 내는 비결이다.예컨대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김빛내리(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도 집단 연구로 성과를 냈다. 생명과학자인 김 단장은 평생 RNA를 연구했지만 실제 RNA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집단 연구 시스템 덕분에 스위스 취리히공대에서 구조생물학 전문가 우재성 연구위원을 영입했다. 단백질을 정제해 결정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가진 연구자였다. 집단 연구 덕분에 김 단장은 RNA의 3차원 구조를 확인했고 두 차례나 학술지 ‘셀(CELL)’에 논문을 썼다.사실 막대한 예산과 실효성 때문에 기초과학연구원은 출범 전부터 논란을 겪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을 명시한 과학벨트특별법은 2009년 발의됐지만 법안 통과에만 2년을 끌었다. 이후에도 부지 비용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며 5년이 흘렀다. 하지만 네이처 인덱스 발표로 논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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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우주 탄생 비밀 풀 ‘암흑물질’, 이것만 찾으면 바로 노벨상인데…
물론 한국 기초과학은 갈 길이 멀다. 네이처 인덱스가 크게 상승하긴 했지만 중국과학원(1357.82점·1위)이나 하버드대(772.33점·2위) 등 최상위권과 비교하면 절대 점수(50.3점)는 낮은 편이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김 원장도 동의한다. 이 때문에 그는 현재 26개인 연구단 규모를 2021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김 원장은 “창의적인 과학자를 영입해 세계적인 연구의 토대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네이처가 엄선한 68개 자연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수치화한 지표. 네이처가 논문 기여도, 공저자 수, 학문 분야별 가중치 등을 고려해 연구 성과를 수치로 변환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 성과 지표로 통용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