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5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韓美동맹은 우리 외교 기본축이나 외교·동맹은 주인의식이 전제돼야
미국 정부 정책 결정자들에게 한반도 지정학 민감성 이해시키고
그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對美 외교의 핵심 되어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한국 외교가 참 힘들다!" 몇 해 전 어느 일간지에 짤막하게 보도된
전직 고위급 외교 관리의 한탄이다. 아마도 지금 수많은 국민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될 텐데 과연 이 딜레마의 해법은 없을까?
이번 사드 사태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히 중간쯤에 자리하겠다는
'균형 외교'와 같은 소극적 발상으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쪽에서 끌면 이쪽으로, 저쪽에서 끌면 저쪽으로 끌려다니기 십상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우리가 단단히 중심을 잡고 판단한 국익에 따라, 현안에 대응하는 주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외교 전략의 새 틀을 짤 때다.
외교의 새 틀 짜기는 먼저 한국이 어떤 지정학적 위치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반도는 반도이기에 오랫동안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 간 경쟁터가 되어왔다.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략하면서 "명나라를 치러 갈 테니 길을 비켜 달라(征明假道·정명가도)"고
요구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뿐만 아니라 1950년 6·25전쟁도 비슷했다.
김일성이 남침한 지 1주일밖에 안 되었을 때 이미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소련 대사에게 만일 유엔군이 38선을 넘으면
중국은 참전할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세계화 시대라는 21세기에도 한반도 주변 국제 정치의 핵심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도 중국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는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해주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한국과 그 동맹국 미국의 영향력이 북상해서 압록강 두만강에서 중국과 맞닥뜨리는 것을 막아줄
완충 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의 외교 전략은 북한의 안보 위협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지정학적 특수성을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중국과 미국 양쪽에 분명한 선을 그어주고 그 원칙에 따라 그때그때 현안에 대처해나간다면 일관성 있는
어느 모임 자리에서 전직 외교관이 "미국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그러나 외교든 동맹이든 주인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 정책 결정자들에게 한반도의 지정학적 민감성을 이해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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