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황종택의新온고지신] 동실조과(同室操戈)

바람아님 2016. 8. 18. 00:18
세계일보 2016.08.17. 21:24

화합은 성취와 발전을 담보한다. 반면 분열과 싸움은 퇴보와 멸망을 자초한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 때 노(魯)나라 저잣거리에는 아이들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수 있다네.” 이를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들어보아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것이니 이는 스스로 만든 것이다.(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

훗날 맹자는 이때의 일화를 들어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모욕한 뒤에 남이 그를 모욕하며, 가정은 스스로 무너뜨린 뒤에 남이 무너뜨리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망할 짓을 한 후에 남이 멸망시킨다.(夫人必自侮然後 人侮之 家必自毁 人毁之 國必自伐而後 人伐之)”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중국 고사에서 혈육 간 싸움으로 나라를 빼앗긴 사례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와 동시대에 융성했던 정나라에서는 서오범의 여동생을 빼앗기 위해 공손초와 공손흑 형제가 창을 들고 죽기를 무릅쓰고 다투다 공멸을 자초했다.

고사 ‘동실조과(同室操戈)’의 유래다. 후한 말 원소는 조조와 견줄 정도로 세력이 강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후 후계자로 지목됐던 3남 원상과 장남 원담이 반목해 내전이 발생, 결국 조조에게 패망하고 말았다.


외부 힘이 아닌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골육상쟁은 한국의 유수기업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7년간 진행된 금호가 형제 분쟁이 일단락됐다고 한다. 롯데 등 여타 기업도 본받기 바란다. 사람이 이익만 챙기면 음모와 원한이 가득하게 되고, 반대로 옳은 게 무엇인가를 두고 고뇌하면 겸양과 신뢰, 존경을 받게 된다. 그래서 ‘논어’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배는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同室操戈: ‘형제가 창을 들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뜻.

同 한 가지 동, 室 집 실, 操 잡을 조, 戈 창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