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20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거니촌 노인네
누워서는 곡연(曲淵) 길을 물어보노라. | 車泥村叟 欵門便笑迎(관문편소영)
細斧劈松明(세부벽송명)
鹽芬紫菜羹(염분자채갱)
臥問曲淵程(와문곡연정) |
영조 때의 문인이자 서화가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1710~ 1760)은 1754년 무더위가 물러가자
동해 바다와 설악산으로 여행길을 떠났다.
인제에서 홍천으로 가는 거니 고개를 넘고 근처 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날이 어두워져 아무 집이나 택해 문을 두드렸다.
서울 토박이 선비의 눈에는 짐승처럼 보이는 산골 노인네가 나와 생면부지의 과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부산을 떨며 더께 앉은 방을 쓸고 닦고 소나무를 쪼개 관솔불을 피워놓고는
방금 한 따끈따끈한 밥에다 쑥부쟁이 나물국을 내놓는다.
초라한 밥상이되 정이 넘친다.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한방에 드러누워 백담사가 있는 곡연 가는 길을 묻고 대답하는 사이
주인과 과객은 잠이 들고 밤은 깊어간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진화타겁(趁火打劫) (0) | 2016.08.26 |
---|---|
[정민의 世說新語] [380] 당심기인(當審其人) (0) | 2016.08.24 |
[황종택의新온고지신] 동실조과(同室操戈) (0) | 2016.08.18 |
[정민의 世說新語] [379] 애이불교(愛而不敎) (0) | 2016.08.17 |
[가슴으로 읽는 한시] 한가로운 거처 (0) | 2016.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