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빼면 양궁 사격 펜싱 골프 4개 종목에서 7개의 금메달을 땄다. 모두 손을 써서 과녁을 맞히는 운동이다. 펜싱은 움직이는 과녁을, 양궁 사격 골프는 고정된 과녁을 겨냥한다. 골프와 양궁은 바람의 영향을 받고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박인비는 ‘퍼귀(퍼팅 귀신)’로 통하는 자타 공인 퍼팅 여왕. 골프는 공을 강하게 때려 멀리 보낸다고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게 아니다. 박인비는 LPGA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87위에 불과하지만 퍼팅은 단연 1위다.
▦ 어릴 적부터 젓가락질을 익힌 한국인이 섬세한 손놀림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젓가락을 쓰면 30개의 관절과 50개의 근육이 움직인다. 이런 동작이 대뇌를 자극해 작은 물체를 집는 능력과 집중력, 근육조절 능력을 키운다고 한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한국 선수들이 신체조건과 경기력이 직결되는 종목에선 약하지만, 섬세한 손 동작과 기술력이 강조되는 종목에선 강점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30%가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는데, 우리 선수들의 뛰어난 손기술을 젓가락질 문화의 영향이라 평가하는 건 옹색해 보인다.
▦ 박인비는 연습벌레다. 어린 나이에 골프 유학을 떠나 언어 장벽과 외로움 속에서도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다. 너무 힘들어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울먹인 적도 여러 번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204명의 선수들은 상상을 초월한 지옥훈련을 거쳤다. 양궁 선수들은 담력을 키우기 위해 번지점프와 UDT(해군특수부대)훈련까지 받았다. 저녁 늦게 주어지는 2시간의 자유시간에도 경쟁적으로 야간훈련을 했다고 한다. 과녁 운동에 강한 건 타고난 기질보다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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