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오후여담>北금지곡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바람아님 2016. 8. 19. 23:57
문화일보 2016.08.19. 14:10

최영범 논설위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로 시작하는 노래 ‘우리의 소원’이 발표된 지 올해로 꼭 70년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인 1947년 3월 1일 서울중앙방송국(현 한국방송공사·KBS의 전신)의 3·1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발표된 곡이었다. 8분의 6박자 내림 마장조의 서정적인 가락으로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의지가 담긴 이 노래는 애국가만큼이나 귀와 입에 익은 친근한 노래이기도 하다. 당초 발표될 때 3·1절에 맞춰 제목이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다. 가사도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었다. 그러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남북 분단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교과서에는 지금의 가사로 실렸다.

1989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정부 허가 없이 전대협 대표자로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이 처음 불러 북한에서도 통일가요로 널리 퍼지게 됐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 노래 제목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원제목에 ‘통일’이 추가됐다. 가사도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는 ‘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고 2절을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이 목숨 다 바쳐 통일∼ 통일을 이루자’라고 불러 조금 차이가 있다.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북한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이 듣고 배워 널리 전파한 것과 비슷한 궤적을 가지고 있다. 이념 갈등이 없는 몇 안 되는 남북 가요인 셈이다.


이 노래는 부자가 함께 작사·작곡을 한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 작사가는 말년에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출신 영화감독 안석영(본명 안석주) 씨이며, 작곡은 당시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이던 아들 안병원 씨가 했다. 그는 테너 성악가·작곡가·지휘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5년 타계했다.


최근 북한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애창되던 이 노래를 돌연 금지곡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중순부터 통제를 강화해 공공장소에서 부르거나, 듣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주민들에게 선포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금지곡 지정 이유가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군사 강국’이기 때문이란다. 통일은 핵보유국, 군사 강국이 되면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에게 통일은 곧 남으로의 흡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를 두려워한 ‘반(反)통일’ 정서가 작용한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