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자료를 토대로 두 사람 간의 대화를 가상해보자.
감룡=법으로 하례품 수수를 금지한 곳은 진나라가 유일하다. 세간의 풍습과 다른 것은 문제가 많다. 당신이 변법을 통해 무리하게 풍속을 단속하는 것을 보고도 오래 참아왔다.
상앙=하례품 금지는 법의 명령이다. 국가 기강과 백성들의 준법정신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니 어떤 명목으로도 개인끼리 하례품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
감룡=당신 같은 고집불통은 처음이다. 나는 뇌물을 준 대신으로 기록되게 됐다. 우리의 오랜 관습을 악습과 부패로 몰아가는 것은 민심은 물론 천심에도 반하는 것이다.
상앙=해치(법의 수호신)의 뿔이 왜 하나인지 아나. 법은 하나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면 법치국가는 있을 수 없다. 법이 있는데 왜 예외를 말하는가. 낭비를 막고 부패를 근절하는 것이 왜 민심에 반하는 것인가.
감룡=법을 지킨다는 것은 책망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족의 풍습을 이끄는 건 태사의 직책에 있는 내가 할 일이다. 예의를 모르고서야 어떻게 민심을 알고 조직을 이끌겠는가. 백성들에게 익숙한 풍속과 관습을 따르는 게 세상의 순리일 것이다. 당신이 법치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처벌해 묵가(墨家)는 폭정(暴政)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나. 왜 굳이 남의 허물을 들춰내 벌만 주면서 살아가려는가.
상앙=변법이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다. 우리가 강해지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렇지만 변법은 계속돼야 한다. 이제부터는 법으로 아둔한 군주를 막아야 하고 성군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훌륭한 군주(진효공)를 만났기에 뜻을 펼칠 수 있었고, 군주는 법치를 만든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나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몇 년 뒤 진효공이 지병으로 숨을 거두면서 상앙은 형장에 섰다.
감룡=당신은 법치라는 이름으로 군주와 귀족들을 능멸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상앙=나는 오늘 죽으면 영원히 살지만, 당신은 오늘은 살았지만 영원히 죽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열형(車裂形)으로 능지처참을 당했다.
사마천은 『사기』의 상군열전에서 상앙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던 상앙의 법가사상은 또 다른 긍정의 측면을 갖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곳곳에서의 반발은 여전하다. 정부는 최근 법 시행령의 일부 규정(식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선)을 고쳐달라는 일부 부처와 국회 상임위 요구 때문에 고심 중이다. 상한선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기원전 4세기 때 중국 서부지역에서 벌였던 법치와 풍습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상규와 서민경제라는 명분으로 한국 사회에서 재연되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대형사고를 낸 전력을 갖고도 경찰청장이 되고, 90여 평의 아파트에 특혜성 전세로 수년째 살고 있으면서도 장관 후보에 오르고 있는 게 우리 법치의 현실이다. 국가의 법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도 국기를 말해서 뭐하나. 해치의 뿔은 분명 하나뿐인데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른 형태로 비치는 것 같다.
박재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