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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221] 알루미늄

바람아님 2013. 7. 24. 10:05

(출처-조선일보 2013.06.2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청량음료나 맥주를 마시려고 깡통을 딸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 한 모금 때문에 깡통을 쓴다는 것은 너무 큰 낭비 아닐까? 도대체 알루미늄은 얼마나 싸게 만들기에 이렇게 흔한 재료가 되었을까?

사실 알루미늄이 그토록 저렴한 소재가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 생긴 일이며, 19세기 중반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에 속했다. 알루미늄은 매우 흔한 원소지만 자연 상태에서 금속 형태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19세기 초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원소 상태의 알루미늄을 발견했고, 곧이어 덴마크의 화학자인 외르스테드가 알루미늄을 금속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분리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산출량은 지극히 적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아주 신기하고도 희귀한 물질로 취급되었다. 나폴레옹 3세가 성대한 연회를 열 때 귀한 하객에게 금 식기로 대접했지만, 그보다 더 신분이 높은 손님은 알루미늄 식기로 대접했다고 한다.

알루미늄 값이 떨어진 것은 1886년 미국의 찰스 홀과 프랑스의 폴 에루라는 두 발명가가 새로운 전기분해 방법을 개발한 이후다. 이 덕분에 생산비가 이전의 200분의 1로 떨어지고 생산량도 크게 늘어났다. 다만 알루미늄의 생산에는 전기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수중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대량생산된 것은 전기 생산이 크게 늘어난 19세기 말의 소위 2차 산업혁명 덕분이다.

알루미늄은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부식 저항성이 크기 때문에 다방면에 사용된다. 건축, 항공기로부터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 두루 사용되는 한편, 각종 살림 도구와 은박지 재료로도 쓰여 우리 주변에서 늘 이 반짝이는 금속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철로 만들던 깡통도 알루미늄으로 만들게 되어, 미국에서만 1년에 1000억개 이상 생산된다고 한다. 알루미늄은 현대 소비 사회의 대표적인 물질로 자리 잡은 듯하다. 만일 인류가 멸망하면 지구상에는 인간이 사용하고 버린 무수히 많은 알루미늄 깡통이 돌아다니지 않을까?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깡통을 한 번 사용하고 버릴 게 아니라 재활용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