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국왕은 13개 주에서 9명의 술탄이 5년씩 돌아가며 맡는다. 지난해에는 이스칸다르 전 국왕이 한국의 걸그룹 티아라를 궁전 점심에 초청했다. 말레이시아뿐이 아니다. 아베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한류(韓流) 사랑은 잘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한국의 중학교를 방문해 한국 교과서에 실린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며칠 전 아시아정당회의(ICAPP) 미디어포럼 참석차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도 여러 가지 즐거운 경험을 했다. 말레이시아 집권당 지도자의 한 여성 보좌관은 한국 대표단에 특히 친절했다. 그녀는 한류 팬이다. 정의용 ICAPP 사무총장을 ‘할아버지’, 다른 한국 사람은 ‘오빠’라고 불렀다. 한국말을 하는 식당 직원도 만났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배운 실력이라고 했다. 최대 쇼핑몰 KL파빌리온에는 아리랑을 시작으로 한국 음악들이 흥겹게 편곡돼 흐르고 있었다. 동남아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드라마가 드라마로 끝나지 않고, K팝이 K팝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교,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고, 다시 도움을 받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박세리 이후 여자 골퍼들의 세계 무대 장악도 알게 모르게 세계 지도층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이 말레이시아에 아모레퍼시픽이 새로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프랑스 사르트르,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 번째다. 돼지기름 등 금기사항이 많은 이슬람권에서는 화장품도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은 서경배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 덕분이다. 그렇지만 한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드라마, K팝의 인기로 한국 탤런트와 아이돌이 미의 상징이 됐고, 한국산 화장품도 덩달아 인기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