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에서 군 관련 정책은 뜨거운 감자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군 복무기간 단축을 내세워 재임시 이행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유세에서 18개월로의 복무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모병제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병제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5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선에 출마한다면 한국형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걸겠다”며 불을 지폈다. 자원자에게 월 200만원, 9급 공무원 상당의 대우를 하자는 식이다.
이틀 뒤 유승민 의원이 “모병제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남 지사도 어제 페이스북 글을 통해 “누구의 생각을, 어떤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반격했다. 모병제와 함께 가치 논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그제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징병제 유지(61.6%)가 모병제 전환(2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 프랑스 등 모병제 채택 국가가 많다. 스웨덴은 거꾸로 2019년부터 징병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중국은 징병과 모병의 혼용제다.
야당보다 대권 자원이 빈약한 여당으로선 두 사람의 어젠다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분단국인 우리로선 병역 문제가 아주 민감한 만큼 표나 인기를 겨냥한 정치 공방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대 흐름과 젊은이들 요구에 맞춰 제도 전환 여부의 필요성을 정책적으로 따져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건전한 토론과 생산적 공론화는 정치 본질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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