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참가한 여행 상품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 투어'였다. 여행사가 항공료 수준만 받고 패키지 상품을 판 뒤, 쇼핑 위주의 관광 일정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틀 동안 들른 쇼핑센터 네 곳에선 인삼 다섯 뿌리가 120만원, 말의 뼛가루 40만원, 이름 모르는 브랜드의 화장품 세트가 15만원에 팔렸다. 마이크를 쥐고 "반자(半價·반값)"를 외치는 점원과, 홀린 듯 계산대로 향하는 관광객 틈에 끼어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섭지코지, 한라산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런 식의 '덤핑 관광'이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달랐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여행사에 전화해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한국 관광과 비교하기 위해 '마이너스 투어'와 같은 패키지는 없느냐고도 물었더니, 통화한 중국 여행사마다 "일본엔 그런 상품이 없다"고 했다. 4500위안(약 74만원)을 내고 나고야~도쿄 5박6일 중국인 관광객 패키지를 샀다. 일본의 관광 상품은 한마디로 '정직(正直)'했다. 여행 기간 들른 호텔, 관광지, 쇼핑센터 모두 제값, 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7월 중순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겪은 일도 씁쓸했다. 중국인 1명을 섭외해 한국 관광 상품을 체험하게 해보려고 면세점 앞에 있던 중국인 가이드에게 다가갔다. "중국 친구가 1일 투어를 하고 싶어 한다"며 단체관광에 하루 끼워달라고 했더니, 이 가이드는 대뜸 "친한 친구냐?"고 반문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친한 친구면 이런 데 보내지 마세요. 우린 쇼핑만 할 거니까."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73만명이다. 역대 최대 유치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이 돼 들여다본 우리 관광 시장의 민낯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7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중국말을 우리 관광업계에 해주고 싶다. "저양부싱(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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