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유명 학자가 중국 지식계는 앞으로 유가 좌파, 유가 우파, 유가 마오파, 유가 자유주의파 등으로 사상 분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이제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 유가 사상이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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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의 계급중국, 덩의 현대화 그리고 시진핑의 중국꿈으로의 일대 흐름은 전통 시기 중화제국 시스템의 기틀이 만들어졌던 진시황(秦始皇)에서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흐름과 유사한 점이 많다. 마오는 혁명을 통해 군벌과 국민당 세력을 몰아내고 천하 통일을 이뤘다. 이는 진시황이 전국 7웅을 물리치고 처음으로 통일제국을 탄생시켰던 것과 비유된다. 실제로 마오는 생전에 자신을 진시황에 비유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중국의 변화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유학의 통치이념화와 관련해 중국사·몽고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오언 라티모어(Owen Latimore)가 오래전 일본에서 한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공산당 역사를 회고해 보면 그 정권은 흔히 권위주의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만약 중국에서 유교가 갖는 권위주의적 전통과 마르크시즘 정당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당독재적 권위주의가 겹치게 된다고 하면 이것은 아마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아주 엄준한 전제적(專制的)인 공산당을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공자가 가졌던 회의주의와 분석적인 경향, 또는 합리적·지성적으로 사물을 해결해 가는 경향이 강하게 표면에 나타날 경우에는 이것 또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인간적인 어떤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과 그 정치의 역사가 일천한 까닭에 장래 그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이영희 편저, 『8억 인과의 대화』)
라티모어의 두 예측 중 그 어느 것이 중국에서 현실화될지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사상 통제’가 나타나고 있는 여러 정황을 볼 때 전자의 방향으로 갈 확률이 후자보다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시금 유학이 체제유학화되고 그것이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결합될 경우의 가공할 결과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지식인도 중국에는 여럿 있다.
이제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유교제국화(儒敎帝國化)를 야심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자들이 가장 분주해지고 있다. 이러한 세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대표적으로 진보를 자처하는 잡지 『현대사상』에서도 ‘지금 왜 유학인가’라는 특집을 마련해 15꼭지를 다뤘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든 보수든 이웃 대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설마 아직도 중국을 실용이 아닌 공산주의 이념과 가치에 의해 움직여지는 곳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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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국 굴기의 힘은 ‘커자오싱궈’ 전략에서 나온다
② 파업으로 몸살 앓는 중국…공산당 권력마저 위협한다
또 이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태에서 보듯이 이젠 ‘실용 중국’만으로는 중국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인문 중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과의 관계 맺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경제 교류에만 치중해 왔던 것을 사회와 문화 영역으로 넓혀 중국의 가치관이나 규범에 대해서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굴기가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국의 입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란
「성균관대에서 중국의 사회진화론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 유학, 지식인』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등 여러 저서가 있다. 아산서원 외래교수로도 활동 중이며, 홍콩 중문대학 및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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