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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14] 혼자가 더 좋다고요?

바람아님 2016. 9. 20. 09:38

(조선일보 2016.09.2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우리나라의 1인 가정 비율이 2인 가정 비율을 넘어섰다고 한다. 유교의 본산 중국보다도 더 철저한 
유교 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결혼과 출산 기피자가 이토록 많아질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행복하다. 불행한 가정은 다 각각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아마 문학에서 잘 알려진 구절의 하나일,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이다. 
그 각양각색 불행한 결혼의 행태는 수많은 문학작품 속에 정밀하게 묘사되고 분석돼 있다. 
결혼이 불행의 산실이기 때문일까? 적어도 여성에게 배우자 선택권이 없고 이혼이란 것이 사회적 파멸 
그 자체였던 시대에는 결혼 때문에 불행한 여성이 참으로 많았다.

나는 결혼에 뛰어드는 사람은 참 용감한―솔직히 말해 겁 없는―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은 소설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호감 가는 남녀가 결혼한다면 기뻐하니 결혼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가 낭만적 환상을 못 버리기 때문일까? 
최초의 영어 사전 집필자 새뮤얼 존슨은 '재혼이란 경험에 대한 희망의 승리'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정답게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준다. 상호 존중과 배려로 공동선을 이룩한 사람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결혼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이지만 결혼의 불행은 대개 여자에게 훨씬 가혹하다. 
영국 법정에서 이혼 허가는, 남자는 배우자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으면, 
여자는 남편이 부정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심히 폭력적이어서 자기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증명해야 내려졌다. 
그리고 이혼녀는 그 경위를 불문하고 사교계에서 따돌림당했다. 
딸이 출가할 때 '맞아서 죽더라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우리나라의 양반가에서야 
말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제 '올드미스'는 '골드미스'가 되었고 이혼녀는 화려한 '돌싱'이 되었다. 
이런 천지개벽의 변화는 비인간적 억압과 폭력에 과감히 저항하며 사회적 편견을 견딘 무수한 여성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무한히 소중한 자유는 더 훌륭한 가치 창조 수단이 될 때 더욱 값지고 아름답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한층 차원 높고 행복한 결혼이 늘고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도 전국에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 상권,하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윤우섭 옮김/ 작가정신/ 2009/ 823 p, 744 p

892.8-ㅌ88ㅌ-4/ [정독]어문학족보실(2동1층)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엮음-최규순,그림-한지경

한국헤르만헤세 / 2015/ 207p

청808-ㅅ272-50/ [정독]청소년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