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22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몸길이 1.5㎜ 불과한 '물곰'
영하 273도, 영상 151도에도 멀쩡… DNA 보호'방패 단백질'찾아
치명적인 방사선이 쏟아져도 멀쩡한 동물이 있다.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몸길이 1.5㎜의 작은 동물 '물곰(water bear·사진)'이다.
곤충에 가깝지만 생김새가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곰 같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방사선은 물론이고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영상 151도의 고온에도 끄떡없다.
일본 도쿄대 구니에다 다케카주 교수 연구진은 "극한의 환경에서 물곰의 DNA를 보호하는 '방패' 단백질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연구진은 사람에서도 이 단백질이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장기간 우주여행이나 항암(抗癌) 방사선 치료에서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물곰(water bear·사진)
/아이 오브 사이언스
연구진은 물곰의 DNA를 완전 해독해 'Dsup'라는
보호 단백질을 찾아냈다.
방사선을 맞으면 이 단백질이 DNA를 껴안듯 감싸
보호했다.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Dsup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사람 신장 세포에
넣었더니 방사선으로 인한 세포 손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구니에다 교수는 "미래에 우주여행이나 방사선 치료,
방사선 오염 지역의 작업에서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물곰의 DNA에는 유해한 활성산소를 막는
유전자가 16벌이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동물에서는 이 유전자가 보통 10벌 정도만 있다.
또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유전자도 다른 동물은 1벌밖에 없지만 물곰은 4벌이나 있었다.
물곰은 히말라야산맥에서 남극 빙하까지 지구 곳곳에서 900여종이 발견됐다.
물곰은 히말라야산맥에서 남극 빙하까지 지구 곳곳에서 900여종이 발견됐다.
물이 없으면 신체 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일종의 가사(假死) 상태로 몇 년이나 견딘다.
물곰은 2007년 유럽우주기구(ESA)의 무인 우주선에 실려 우주도 다녀왔다.
진공 상태에서 엄청난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지구에서 물을 주자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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