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26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낙하고목(落霞孤鶩)이란 말이 있다.
낙하는 '지는 노을'을 말하고 고목은 '외로운 따오기'란 뜻이다.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높은 하늘과 한 빛일세."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의 일부다.
가을날 낮게 깔린 저녁노을 곁으로 따오기가 날아가고,
높고 푸른 하늘빛이 강물에 비쳐 같은 색으로 보이는 시기. 바로 요즘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상쾌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상쾌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년 내내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버린 여름이 아쉽고, 가을 뒤에 올 겨울이 벌써 두렵다.
그렇지만 추위에 대한 이른 걱정은 잠시 접어두려 한다. 이맘때 들판은 벌써 황금빛으로 변했다.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1579~1651)는 성종(成宗)의 삼남 안양군(安陽君)의 후손으로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1579~1651)는 성종(成宗)의 삼남 안양군(安陽君)의 후손으로
지금의 경기도 군포 수리산 아래에 살았다.
관직에 나아가지 않아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를 꾸려가던 그는 농사짓는 일의 고단함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냈다. 농사일에 서툰 자신의 일상 또한 담담하게 담았다.
어느 가을날 추수를 하고 볏단을 말리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서둘러 볏단을 거둬서 비를 맞히지 않아야 하는데, 이미 늦은 모양이다.
이런 일은 지금도 종종 벌어진다.
"어이 알았으랴 소낙비 줄기가/
조각구름에서 갑자기 내릴 줄/
비 오는 줄 알 았으나 늦었고/
아무래도 걱정돼 오래 지킨다/
농사일이 이처럼 힘드니/
백성들 먹고 살기 어렵지 않으랴."
본격적인 추수철이 되었다.
지난봄 논에 물을 가두어 모내기했던 벼가 여름 한철 뜨거운 태양 아래 쑥쑥 자랐다.
이제 수확할 시기가 된 것이다.
봄부터 지금까지 수고로이 일한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콩이나 잡곡 넣지 않은 흰쌀밥을 해서 배불리 먹어야겠다.
추가한 황금들판 이미지 : 계양역 아라뱃길 건너편 들판(2014.10.05. 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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