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0.01 신동흔 기자)
농경시대부터는 재산·권위 중시… 17C 이후 정치적·성적 평등 강조
"가치관, 시대 생산력 따라 진화… 100년 뒤 정서 우린 이해 못 해"
저자 주장 동의 못한 인문학자들 "그는 도덕적 회의론자" 비판도
가치관의 탄생|이언 모리스 지음|이재경 옮김|반니|480쪽|2만2000원
389-ㅁ538ㄱ/ [강서]2층종합실
인류의 여명기를 보여주는 고고학에서 시작해 미래학적 상상력을 펼치며 끝을 맺는 책이다.
인류의 여명기를 보여주는 고고학에서 시작해 미래학적 상상력을 펼치며 끝을 맺는 책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저자인 이언 모리스(56)는
인간 가치관의 변화를 진화론에 입각해 서술한다.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인류가 인공지능(AI)과
유전공학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갖게 될지 묻는다.
저자는 한 시대의 생산력이 임계점에 이를 때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의식, 사회체제와 국가의
저자는 한 시대의 생산력이 임계점에 이를 때 인간의 가치관과 윤리의식, 사회체제와 국가의
유지 방식까지 바뀐다고 주장한다. 이 설명을 위해 그는 '1인당 하루 칼로리 획득량' 지수를 사용한다.
에너지 획득 방식의 진화가 높은 수준의 풍요를 제공하는 사회체제를 부르며, 인간은 진화론의
자연선택 이론처럼 사회체제와 문화, 가치관을 선택해왔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1인당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4000킬로칼로리(㎉)에 불과했던 수렵채집 시대는 매우 평등했는데,
예를 들어 1인당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4000킬로칼로리(㎉)에 불과했던 수렵채집 시대는 매우 평등했는데,
이는 수렵채집이란 에너지 획득 방식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제약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이동했기에 물질적 부(富)의
축적은 의미가 없었다. 우연히 좋은 것을 찾았을 때 나누지 않는 것은 죄악이었다.
특히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소수가 주도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경제적 위계를 부정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면, 1인당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3만㎉까지 증가하는 농경시대는 부의 분배와 정치적 권위의
배분에서 매우 불평등했다. 농사는 남성의 근육에 주로 의존했기에 바깥일이 남자의 일로 인식됐다.
여성들은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성년기의 대부분을 임신과 출산, 육아에 할애했다.
여성의 정조가 중시된 것도 부의 축적을 통해 재산을 물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17세기 이후 차례로 화석연료와 증기기관, 전기가 등장하면 에너지 획득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1인당 에너지 획득량은 23만㎉까지 높아지면서 정치적 경제적 성적 평등이 다시 중요한 가치가 된다.
농경시대 1만년 동안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졌던 강제노동(노예제)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에' 없어져야 할 대상이 된다.
여성 노동력이 주목받는 것도 경제 활동에서 근력에 의존할 필요성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계몽주의조차 화석연료 이용으로 유발된 신(新)경제에 대한 반응으로 간주한다.
진화론은 더 이상 생물학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듯 이 역사학자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에 입각해
진화론은 더 이상 생물학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듯 이 역사학자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에 입각해
주장을 펼친다. "우리의 가치관은 유전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변한다"는 저자의 말은 "문화는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산물"
('우리는 아직도 야생을 산다')이라고 했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인문학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문학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2012년 10월 16세 때 탈레반의 총격을 받은 일을 두고
"(농경시대에 머물러 있는) 탈레반의 가치관에 입각해 봤을 때 유사프자이는 여성은 종속된 존재라는 이념과 정치권력의
신성(神聖)을 짓밟는 존재로 보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크리스틴 M. 코스가드 하버드대 명예교수(철학)는
"(모리스는) 진정한 도덕적 가치는 어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도덕적 회의론자"라고 비판한다.
이 책엔 리처드 시퍼드 영국 엑서터 대학 명예교수(그리스 문학), 조너선 D. 스펜스 예일대학 명예교수(역사학),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등 모두 4명의 논평이 함께 실려있다.
저자는 "앞으로 100년 뒤 1인당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100만㎉에 달하는 22세기 인류의 가치관은
저자는 "앞으로 100년 뒤 1인당 하루 에너지 획득량이 100만㎉에 달하는 22세기 인류의 가치관은
우리와 전적으로 이질적일 것이며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책의 말미엔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신체뿐 아니라 지적·정서적 능력까지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를 끌어와 그의 마지막 질문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를 비틀어
'우리가 원하든 말든 결국 우리가 원하게 될 것은 무엇인가?'라면서 책을 끝낸다.
책을 덮으면서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영화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장기를 공급받는 사회를 담은 영화다.
실제로 그런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이룰 때,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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