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左),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右)
중국은 ‘모든 권력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나오는’, 즉 공산당이 주인인 ‘당주(黨主)’ 국가다. 언제든지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여느 민주국가의 집권당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 공산당은 헌법상 영구 집권당이다. 헌법 위에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이 있고 법률 위에 당규(黨規)가 있다. 국민의 심판에 의한 정권 교체는 꿈에서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누가 견제하나. 자체 감독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존재가 바로 기율검사위원회(紀檢委)다.한데 이 기검위와 관련해 중국 헌법과 법률에선 단 한 개의 조문도, 또 단 한 개의 글자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마치 우주의 암흑물질과도 같다. 이 기검위가 뿜어내는 암흑에너지가 바로 중국 공산당 일당제에 의한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로 흐르지 않게 막아 주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2300년 역사의 총리급 감찰기관‘영웅은 천하를 제패하고 제도는 강산을 안정시킨다(英雄打天下 制度定江山)’.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권력자들은 법제를 부국강병과 체제 안정의 가장 유효한 도구로 간주했다. 그들은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법제를 창조하길 즐겼다. 서양보다 1200년이나 앞선 공무원 시험인 과거제도나 역시 서구보다 400~500년은 이른 지폐와 어음 등이 그런 예다. 감찰기관의 수장이 정승급인 감찰제도 역시 세계 최초로 중국의 첫 황제가 창설했다. 진시황(秦始皇)은 기원전 221년 천하를 통일한 뒤 행정은 승상(丞相), 감찰은 어사대부(御使大夫), 군부는 태위(太衛, 비상설 기관)에 맡겨 분담 통치하는 3정승제를 고안해냈다.이 같은 통치 방식은 조직의 명칭과 형식을 조금씩 달리했을 뿐 현대에까지 이어졌다. 인민복을 입은 공산왕조의 초대 황제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자신의 역사적 멘토인 진시황을 벤치마킹했다. 마오는 진시황처럼 당권과 군권은 자신이 직접 장악한 채 자신의 양팔인 저우언라이(周恩來)와 주더(朱德)는 각각 승상 격인 총리와 어사대부 격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中紀委) 서기로 임명했다. 이후 역대 중기위 서기는 모두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상무위원회의 한 위원(총리급)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