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들, 너무 비워놔서 문제
주변과 연계해 머물 곳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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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 전문가 켄트 PPS회장
미국 뉴욕의 맨하탄 한가운데 있는 브라이언트 공원은 뉴요커들의 일광욕 명소로 유명하다. 겨울이면 스케이트장도 설치돼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과거에는 손꼽히는 기피 장소였다. 1970년대 공원은 9개 그룹의 마약상이 활개치는 마약 거래장소로 악명 높았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위험해진다’는 회의감이 도시민 사이에 돌 때쯤 록펠러 재단이 공원을 바꾸는데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81년께 리모델링을 시작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꿨다. 담장이 없고, 출입구가 넓고, 편의시설을 갖췄다.
도시 재생 전문가인 켄트 회장의 눈에는 서울의 텅 빈 광장 문화가 어색했던 모양이다. 조악한 가건물이 들어서 있을 뿐인 광화문, 시청, 서울역 앞 광장에서 사람들이 머물면서 할 게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광화문 광장 주변의 건물의 규모가 너무 크고 웅장합니다. 그 건물과 광장이 단절되어 할 게 없어요. 도시를 디자인할 때 장소가 아니라 건물에만 집중하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고층 건물의 아래층에는 ‘휴먼스케일’을 살린,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해요. 서울역 광장도 점수로 따지면 0점입니다. 기차를 타지 않으면 찾을 이유가 없죠.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장소가 좋은 장소입니다.”
그는 좋은 도시가 갖춰야 할 요소로 ‘파워 오브 텐(Power of 10)’ 이론을 제시했다. 훌륭한 도시라면 사람들이 찾아가는 10개의 명소가 있어야 하고 각각의 명소에서 좋은 공간이 10곳 있고, 그 공간마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10가지 이상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려면 장소 자체가 다목적으로 쓰여야 해요. 사람들이 이것 저것 구경하느라 발길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서울 광장의 경우 멈출 이유가 없죠. 생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켄트 회장은 도시가 단편적으로 끊기듯 개발된 데는, 도시건축 교육 체계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목별로 분야가 나뉘면서 교통, 조경, 토목, 건축 등 장소를 만드는 분야가 소통하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장소를 실제로 쓰는 주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기도 했다.
"좋은 장소를 만들려면 전문가 및 공무원이 안을 만든 뒤 주민의견을 듣는 ‘탑 다운’ 방식을 피해야 합니다.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좋은 장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주민들은 이미 갖고 있습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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