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19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백악에 오르다 *약목(若木) : 해가 지는 곳 흰 구름 속 푸른 봉우리에 사람이 올라서니 하늘 끝 까마득히 눈길이 뻗어가네. 교동도 너머 먼바다에는 푸른 물결 떠 있고 약목(若木)으로 해가 돌아가며 붉은 노을 풀어놓았네. 동방이 이렇게 큰 줄 이제야 알았나니 북악의 드높음을 예로부터 칭송했네. 용산에서 술에 취해 춤추지는 못한대도 모자를 벗어 던지고 서풍에 몸을 맡기네. | 九日登白嶽 靑峰人立白雲中(청봉인립백운중) 眼與天長直到窮(안여천장직도궁) 海出喬桐浮遠碧(해출교동부원벽) 日歸若木有餘紅(일귀약목유여홍) 如今始識東方大(여금시식동방대) 終古皆稱北嶽崇(종고개칭북악숭) 醉舞龍山還未得(취무용산환미득) 謾將頭帽倚西風(만장두모의서풍) |
순조의 외조부 금석(錦石) 박준원(朴準源·1739~1807)은 가을철 서울 북쪽의 백악에 올랐다.
북적대던 도심을 벗어나 푸른 산 정상에 오르자
시야가 툭 트여 하늘이나 구름과 눈이 마주친다.
서쪽 하늘 끝 교동도 저편으로 푸른 바다가 몸을 드러내고,
그 바다 밑으로 해가 내려가며 붉은 노을을 가득 펼쳐놓았다.
그동안 늘 작은 나라, 비좁은 성 안에 산다고 불평했었다.
백악에 오른 오늘 사방을 조망하고 나니 우리 동방이 작지 않고 큰 나라임을 새삼 느꼈다.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다.
그렇게 오늘은 기분이 호쾌하니 모자를 벗고 서풍에 나를 맡겨도 좋겠다.
*.각주 : 약목 (若木) : |
[명사] 1.예전에, 해가 지는 곳에 서 있었다는 나무. 2.해가 지는 곳을 이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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