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12 유희경 시인·서점 '위트 앤 시니컬' 대표)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 할인이 10%로 제한됐다.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유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갖는 것이므로 나쁠 것이 없다.
최근 다양한 책방들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 크다.
가격 차가 10%라면 독자들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방문한 책방에서 기꺼이 책을 살 수 있다.
책을 '그저 그런 소비재'가 되는 것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는 이 정책에 찬성한다.
책은 소비되고 사라지는 물건이 아니다.
며칠 전 한 노(老)신사의 방문과 그와의 대화에서 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다소 일찍 방문한 그는 서점을 살피며 책과 책 사이를 퍽 오래 서성였으나 정작 그의 걸음이 멈춘 것은 '못난이들의 집'이라고
불리는 서가였다. 그곳의 시집들은 읽기에는 하등 문제가 없으나 겉에는 조금씩 흠결이 있었다.
'새 책'만을 찾는 요즘 고객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반품해야 하지만, 그 책들이 출판사로 돌아가면 파쇄(破碎)된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보내지 못하고 꽂아 둔 것이 꽤나 모였다.
나는 그에게 그 책들의 문제점과 사정을 알리고, 새 책들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네댓 권을 골라 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속에 이렇게 멋지고 좋은 시들이 있는데, 못생기면 어때요? 깎아줄 필요도 없어요."
앞으로 이런 책들만 데려가겠다는 다짐까지 하고 그는 서점을 떠났다.
크게 기뻤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난 까닭이다.
보통 시집 한 권에 8000원. 그렇지만 그게 고작 8000원짜리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격에 비해 몇백 몇천 배의 가치를 갖는 것이 '책'이라고 자부한다.
그게 내가 서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오랜 세월을 버텨 자란 나무로부터 얻은 종이.
그 종이에 적고 묶은 앎의 정수. 그것이 책이다. 혹
시 서점에서 못생긴 책을 발견한다면, 그 책이 읽고 싶다면 부디 새 책 대신 데려가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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