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13 길해연·배우)
"집에서는 활달하고 명랑한데 나가서 보면 애가 너무 내성적이야. 왜 그러지? 걱정돼 죽겠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아하! 기억을 오래 뒤적일 것도 없이 무릎을 치게 된다. 연극놀이 수업할
때 학부모들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부모님의 걱정거리인 '내성적인' 그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잘 웃고 의사 표현도 잘했다.
그들이 내성적이라고 분류되는 이유는 웃음이 요란스럽지 않고 목소리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아,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무언가 외치기보다는 그들을 지켜봐 주고
박수쳐 주는 자리를 선호한다는 것뿐이었다.
오히려 아이들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은 남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큰소리로 외치지 못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의
눈길이었다. 그리고 그 내성적인 아이들로 분류된 아이 중에 몇몇은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고자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오는 시도들을 하느라 고꾸라지고 무릎이 깨져 피를 흘리며 애를 쓰고 있었다.
주목받지 못하면 무조건 내성적이라며 뒤처진 사람 취급을 하려는 부모님들을 무어라 설득하나 갈등하고 있던 내게 답을
찾아준 건 한 아이의 미소였다. 모두가 앞으로 달려나가 마이크를 잡으려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그 아이는 창가에 걸터앉아
약간은 졸린 눈으로 흐느적거리며 흘러가는 구름을 좇고 있었다. 그러다 다툼 끝에 순위가 정해지면 아이는 아낌없이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곤 했다.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이 자리가 마음에 든다고, 그게 내 생각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그 아이는 가장 솔직한 태도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단지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내성적이라 분류해 놓고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자꾸 시끄럽고 말만 많은 사람이 되라고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 좀 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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