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24 어수웅 Books팀장)
12월은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지만, 동시에 신춘문예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다른 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를 한 문학평론가와 밥을 먹다가 그런 푸념을 들었습니다.
심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요.
전에는 한두 장만 읽으면 '견적'이 나왔는데, 지금은 한참을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함량 미달'이 다수였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응모자가 많아졌다는 거죠.
거칠게 일반화하면, 70~80점 수준의 지망생들.
그러다 보니 계속 읽어야 판단이 서고, 또 그러다 보니 심사에 필요한 시간이 부쩍 늘었다는 비명이었습니다.
일견 상향 평준화 같지만, 좋은 뉴스만은 아닙니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독자의 저자화(化)'가 있습니다.
전에는 독자로 만족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저자를 자처하고 나선 거죠.
문제는 스스로 쓰려고만 하지, 읽는 사람은 대폭 줄었다는 것.
이번 주 신간에 서평가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유유刊)을 주목해서 읽었습니다.
그는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합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독후감은 책을 읽은 다음의 감상(感想), 서평은 책에 대한 사유(思惟)를 담는다는 것.
요컨대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하는 만큼, 서평 수준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였죠.
지난해 봄 '인문학 페티시즘'을 펴냈을 때, 저자인 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도 인문학, 직원들도 인문학, 주부들도 인문학, 모두가 인문학을 찬양하는 세상인데,
정작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은 앙상해져가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었죠. 페티시즘은 결국 물신(物神) 숭배.
어쩌면 근본은 잊고 사소한 줄기에만 사로잡힌 본말전도(本末顚倒)일 겁니다.
인문학은 문화적 액세서리나 성공을 위한 스펙을 넘어서니까요.
지난 1년, 독자 여러분과 많은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 이브.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성탄절에 함께 읽으면 좋을 시와 소설입니다.
Books가 산타클로스는 아니지만, 이 책 선물과 함께 자기만의 리듬과 속도로 걸어가는 연말 되시기를.
게시자 추가 자료 |
책소개 서평은 독서의 완성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서평의 본질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하다. 흔히들 책의 요약이나 독후감을 서평으로 이해하지만 서평은 책의 요약이 아니다. 요약은 서평의 전제이며, (구성요소로서) 핵심이나 (정체성상의) 본질은 아니다. 독후감은 정념에 기초하며, 서평은 논리에 토대한다. 고급 독자는 서평으로 자기 생각을 내놓는다. 또한 원칙적으로 모든 저자는 서평 쓰기로부터 집필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서평은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논문과 단행본은 (그 논문과 단행본이 다루는 주제에 관련된 책들의) 서평의 총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평은 독서와 집필의 근간이다. [알라딘 제공] |
저자소개 저자 이원석은 서평가. 글쓰기의 출발은 서평이라 믿는다. 읽은 내용으로 쓰기 시작하며, 읽은 만큼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서평 쓰기는 글쓰기 인생을 정리해 주는 결절점(結節點)과 같다고 생각한다. 정기간행물에 실린 첫 글이 바로 서평이었고, 첫 연재도 작가별로 주요 저작을 소개하고 평가한 인물 서평 시리즈였다. 첫 출판 계약도 출판사의 서평 공모 당선작이 된 글이 단초였다. 첫 단행본 『거대한 사기극』을 출간하게 된 것도 해당 출판사 대표가 자신이 쓴 서평에 주목한 덕이었다. 『거대한 사기극』 자체가 총괄적으로 접근한 주제 서평이었다. 운도 따라서 이 책으로 2013년 출판평론상을 받았다. 지금도 여러 온오프라인 지면에 서평을 쓰고 있다. 서평 쓰기가 지적 기초 체력을 유지시키는 근본임을 잊지 않으며, 나아가 서평 쓰기야말로 자신이 지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모두가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고 굳게 믿기에 서평 쓰기가 우리 사회의 기본 교양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서평 쓰기의 미덕과 효용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출판사 서평 서평은 왜? 서평, 쓰십니까? 서평이라니, 책 읽기도 어려운 판에 이게 무슨 망발이냐 역정을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온전히 읽고 이를 자신의 내면에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 독서를 완성하는 데 서평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요. 『서평 쓰는 법』의 저자 이원석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독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해석은 계속됩니다. ……… 해석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말과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독서는 완결됩니다.” 사실 다들 압니다. 책을 읽어도 정리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내용도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나중에는 그 책을 읽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진다는 사실을. 공책이나 일기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적은 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때마다 어떻게든 읽은 것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읽는 의미가 무엇인가 싶어집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읽은 책을 말로 할 때는 별것 없는 것 같고 다 아는 듯 느껴지겠지만 막상 그걸 글로 정리하려고 종이나 모니터를 마주하면 말의 논리에 부딪혀 글쓰기의 두려움을 알게 된다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책에서 읽어 낸 것이 무엇인지 적어 나가면서, 독자는 책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해석을 정리할 기회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귀한 시간을 얻게 됩니다. 저자가 ‘서평 쓰기의 종결은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건 이 때문이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서평의 본질을 꼼꼼하게 살핀 후 서평을 쓰는 법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자기 성찰과 발전을 위한 서평 쓰기 저자는 자신의 본격적인 글쓰기 또한 서평에서 비롯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고 이 마음을 다른 이와 나누고자 서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우선 서평이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비슷하다고 여기는 독후감과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서평이 책을 이미 읽은 독자뿐 아니라 앞으로 그 책을 읽을지 모르는 잠재 독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서평이 소통을 위한 장이라고 선언하지요. 이 지점에서 서평은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의 삶을 바꾸기 위한 탐색 작업이 됩니다. 그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밟아 나가야 하는지를 저자 이원석은 여러 종류의 책과 서평을 다채롭게 인용하면서 비교해 보여 줍니다. 철학자 강유원의 신랄한 서평에...(하략)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글 쓰기 책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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