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2012-01-13 박현주 기자)
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짜 합리성에 대항하는 논리학 백신)
스티븐 로 지음/윤경미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416쪽/ 1만5000원.
175-ㄹ558ㅇ/ [강서]2층 자료실서고(직원문의)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 9·11 테러 예언, UFO, 점성술, TV 토론에서 나오는 정치가들의
장황한 의견은 분명 모순이 있어 보이는데 딱히 꼬집어 반박할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러한 얘기가 어느새 그럴 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영국의 베스트셀러 철학자인 스티븐 로는 신간 ‘왜 똑똑한 사람들이 헛소리를 믿게 될까’에서
엉터리 논리가 사람들을 현혹하는 데 성공하는 이유를 8가지 유형으로 나눠 조목조목 분석한다.
스티븐 로는 교양 철학 베스트셀러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의 저자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헛소리들이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등장하며
수많은 사람을 ‘지적 블랙홀’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 사례가 심령술, 초능력, 신(神)의 계시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진짜로 믿게 하는 술법.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수두룩한데도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현상’이라는 한마디를 내세워
이성적 반론을 차단해버린다는 것이다.
9·11 테러가 노스트라다무스에 의해 예견됐다는 분석이 한때 인터넷 세상을 들썩인 적이 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러한 설(說)을 한 꺼풀만 들춰보면 ‘모호성 전략’이 숨겨져 있다고 폭로했다.
즉 수수께끼처럼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늘어놓고서 나중에 일어난 사건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예언이 들어맞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그럴듯해 보이는 나름의 합리화 전략을 만들어 ‘가짜 합리성’이라는 지적 바이러스로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기고, 사람들을 비합리적인 믿음의 덫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TV 토론에서 자주 쓰는 화법도 잘 들어보면 교묘한 헛소리일 때가 잦다고 저자는 꼬집었다.
불리한 입장에 놓이면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었다’며 주장의 의미를 이리저리 바꿔가는 방식을 쓴다는 것.
별일도 아닌데 지나치게 어렵고 심오한 용어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도 맹신하면 안 된다.
‘행복한 사람들은 옆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긍정적인 태도는 높은 전염성을 가진다’고 말하는 것은 허세에 가깝다.
일부 학자들이 복잡한 표현을 동원해 발표한 이론 가운데 알고 보면 이미 알려진 얘기를 어려운 말로 바꿔
새로운 이론처럼 재탕한 사례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저자는 이밖에 ‘난 그냥 알아’라며 개인적 체험을 내세워 반론을 덮어버리거나,
일화를 나열해 우연의 일치가 발견되면 마치 이것이 진리인 것처럼 결론 내리는 경우 등 이성을 마비시키는
‘헛소리 전략’을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케임브리지 우체국 직원으로 4년간 일했던 집배원 출신의 철학자다.
그는 이 시절 틈날 때마다 독서를 하던 중 철학만이 자기 인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철학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이 책에서 그는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더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온갖 허튼 믿음과 주장의 특징을 파헤친 뒤 이에 대항하는 논리적 처방전을 제시한다.
헛소리의 실체를 파악하는 요령 관련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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